1600대 1 경쟁률 뚫고 선발된 조니 김씨
내년 3월 출발 8개월 머물며 연구 조사
불우한 가정사 딛고 하버드 의대 졸업
해군 네이비실 대원으로 이라크 파병
은성 훈장 등 무공훈장 여러번 받아
LA 출신 한인 우주비행사 조니 김(40)씨가 내년 3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출발한다.
29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김씨는 내년 3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의 우주선 소유즈 MS-27을 타고 러시아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리지코프, 알렉세이 주브리츠키와 함께 ISS로 갈 예정이다. 김씨는 ISS에서 8개월 동안 머물며 과학 연구와 다양한 실험을 할 예정이다.
김씨가 16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NASA의 새 우주비행사 후보로 선발된 건 지난 2017년. 약 1만8000명이 지원한 우주 비행사 선발 테스트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최종 12인에 들었다. 약 2년간 훈련을 마친 뒤 2020년 최종 우주비행사로 선발됐고 한국계 미국인이 NASA 우주비행사가 된 건 김씨가 처음이었다.
김씨는 후보로 선발당시 화려한 스펙 뿐 아니라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이뤄낸 그의 이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씨는 2002년 샌타모니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이 아닌 군대를 택했다.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가정생활은 힘들었고 고교 12학년이던 그해 아버지는 총으로 어머니와 남동생 등 가족을 위협하고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과 대치 끝에 사살됐다.
올 A를 받은 그였지만 그는 대학 대신 몇 달 뒤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 "저는 겁에 질린 어린 소년이었고 세상이 무서웠고 아버지가 무서웠어요."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의무병과 저격수로 훈련받은 그는 최정예 부대로 불리는 네이비실 대원이 돼 이라크에 파병됐고 100회 이상 전투작전을 수행하며 미군에서 주는 세번째로 높은 훈장인 은성훈장을 포함해 훈·포장 4개를 받았다.
파병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라크 라마디에서 친한 전우 2명이 총에 맞았는데 피가 기도를 막지 않게 하는 것 외에 의무병인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극도의 무력감을 느꼈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였다.
UC 샌디에이고 수학과를 최우등으로 3년 만에 졸업한 그는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사 면허와 학위를 취득했다.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실과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수련을 마치고 우주비행사에 지원했다.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의사 출신 우주비행사가 된 것이다.
그가 우주비행사에 지원한 건 하버드대 의대를 다닐 때 만난 역시 의사이자 우주비행사인 스콜 파라진스키의 조언 덕분이었다. "우주에 국가와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특히 나사와 우주비행사들이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말이 정말 좋았어요. 미국 어린이뿐 아니라 세계 모든 어린이가 큰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가게 해줄 수 있는 일, 이런 점이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한 가장 중요한 말이었어요."
세 자녀의 아버지가 된 그는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은 내게 매우 힘든 시기였다. 왜소한 체격에 주눅 들어 있었고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고, 나도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그런데 네이비실에 입대하면서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군인으로 성장했고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을 부수고 뚫으며 여기까지 왔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갖고 꿈에 도전할 것을 당부했다.
2019년 김씨의 우주비행사 훈련 수료식에 참석한 공화당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은 김씨의 경력을 언급하며 "당신은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네이비실 출신 우주 비행사인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누군가를 죽였다가 살릴 수도 있고, 심지어 이 모든 걸 우주에서도 다 할 수 있다니!"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에겐 우주에서 전하고 싶은 다른 메시지가 있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 나 혼자만의 힘 때문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도와준 덕분이다. 누구도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우주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수천 명의 노력과 사랑, 지원이 모여야 한다. 내가 도와준 가족과 친구,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김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