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첫 TV 토론 일전, 중대 변수…상승 모멘텀 확보 여부 갈릴듯
트럼프에 비해 대중에 '덜 알려진' 인물…"토론서 비전 제시 관건"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0일(현지시간) TV토론 맞짱 대결로 중차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까지 세 차례 대선을 치르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국가 지도자로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만큼 이번 토론에서 그가 능력과 비전을 보여줄지 여부에 따라 이번 TV 토론 결과는 초박빙 대결 구도의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외신들의 진단이다.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엄청난 부담을 안고 토론 무대에 서게 되는 셈이다.
미국 CNN 방송은 9일 "유권자들의 마음속엔 해리스가 대통령직을 맡을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며 "해리스에게 있어서 이번 토론은 그것을 보여줘야 할 중요한 순간"이라고 짚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두 후보 측 모두 이번 대결이 올해 대선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깜짝' 대선 후보가 된 만큼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준비 기간이 짧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부통령 재임 기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최근 들어 여러 정책에서 입장을 뒤집은 우클릭 행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공격 포인트로 꼽힌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바이든 행정부 실정의 공동 책임자로 묶는 방식의 공격 전략을 편다는 구상이어서 이같은 공세를 어떻게 넘길지 역시 관건이다.
검사 출신의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대 피고인'의 프레임을 부각,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붙인다는 구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18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청문회에서 송곳 질의로 막강 화력을 과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2019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과거 '버싱'(busing·흑인과 백인이 섞여서 공부하도록 버스로 흑인 학생을 백인 학군 학교로 실어나드던 정책)을 반대하던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협력했던 이력을 공격하면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거론하는 감성적인 접근으로 일격을 가한 바 있다.
그러나 콘텐츠 면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됐는지 여전히 의문의 시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기도 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 대학과 함께 지난 3∼6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도는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8%)과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7개 경합주에서도 두 후보가 동률을 기록하거나 1∼2%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로 낙점되면서 빠르게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대역전'을 이룰 만큼의 추동력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이같은 표심 흐름은 해리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NYT-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응답 유권자의 28%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는 응답자(9%) 비율을 크게 상회했다.
정치 전략가 에이미 월터는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대신 가장 큰 관건은 그것(토론)이 해리스를 인식하는 유권자들의 방식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라고 짚었다.
토론을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호텔에 체류하며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2016년과 2020년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떻게 대했는지까지 분석했다고 한다. 그는 두 사람의 경험에서 도움을 받고자 이들과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강경파인 맷 개츠 하원의원과 민주당 출신 털시 개버드 전 하원 등과 함께 토론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위 자문가와 정책 전문가 등과 회의를 하고, 경제·이민 등 전 분야의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책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펼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6일 뉴욕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질문을 받지 않고 자신의 재판 등 법적 문제와 관련한 비난을 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해리스 캠프 측 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 완벽히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그는 '쇼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의 목표는 유권자들에게 명확한 대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경제적 기회를 늘리며 자유를 보호하는 해리스와 어둡고 퇴보적인 의제를 추진하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트럼프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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