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두 아들 암호화폐 사업 추진
재집권시 우호적 정책으로 '가족기업에 이득' 이해상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화폐 육성을 약속하고 그의 가족은 암호화폐 사업을 추진하면서 벌써 이해 충돌 우려를 낳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로 불리는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더 디파이언트 원스'(The DeFiant Ones)의 이름을 바꾼 새로운 가상화폐 플랫폼 사업이라는 보도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이 영상 게시물에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계정이 태그돼 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지분은 얼마나 되는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가족도 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프로젝트 지원팀은 이번 주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전 세계에 확산하고 달러화의 지배력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달러화와 같은 정부 발행 통화와 1대1 교환 비율을 유지하는 게 목표인 암호화폐의 일종이다.
가장 인기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테더'(tether)로 현금 비축이나 토큰 투자, 기존 통화의 교환 등에 쓰인다. 테러 자금 조달과 마약 밀매 등 불법 활동에도 사용된다.
이같은 암호화폐 사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이해 상충을 야기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족 사업에 이득이 되는 암호화폐 친화적인 규제 정책을 펴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노린 기업들이 트럼프 일가의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암호화폐 업계는 대선과 연방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친암호화폐 후보들에게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후원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때는 가상화폐를 사기로 몰아붙였지만, 이번 재선 도전 때는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 7월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완화하고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자금 조달을 위해 대체불가토큰(NFT) 형태의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의 대변인 조던 리보위치는 AP 통신에 "친(親) 암호화폐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그러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재임 시절 그의 사업이 연관된 이해 충돌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외국 고위 인사, 로비스트, 정치단체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호텔에 머물거나 그의 사업체에 돈을 쓰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을 사려는 의도가 깔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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