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토론 신인' 해리스 패기냐, '3번째 대선' 트럼프 노련미냐

전직 검사 vs 불법이민 강경론자…누가 법·질서 수호자 이미지 심을까

고정된 이미지 불식 성공할까…해리스 '강성진보' vs 트럼프 '좌충우돌'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대통령 선거(11월5일)를 8주(56일) 앞둔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 맞대결은 역대급 초접전 양상인 이번 대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토론을 농구 경기 개시 때 심판이 던진 공을 놓고 양팀이 경합하는 '점프볼'에 비유한다. 대선 레이스의 판세를 결정짓는 실질적 출발점이라는 의미에서다.

지난 6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첫 대선후보 토론이 진행됐지만 그때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선수교체'를 단행했다.

결국 이번 11월 대선의 '최종후보'간 첫 토론 맞대결이 이번에 이뤄지게 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팽팽한 승부의 추가 외나무다리 맞대결을 계기로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은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현재 두 후보 간에 합의된 후속 토론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50여일간 추가 토론이 성사될지 불투명하기에 이번 토론은 두 후보 사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번 토론의 관전 포인트로는 우선 대선 본선 토론 신인인 해리스 부통령의 '패기'와, 3번째 대선을 치르며 토론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트럼프의 '노련미' 중 어느 쪽이 돋보일지가 꼽힌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진실과 과장, 거짓의 경계를 자주 넘나드는 '변칙 복서' 스타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하면서 의연함과 침착함, 지식과 논리 등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참여한 후보들의 다자토론과,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과의 부통령 후보간 일대일 토론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선보인 바 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첫 토론의 중압감은 차원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문하듯 자신의 약점을 추궁해 들어올 '전직 검사'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 때와 같은 침착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또 누가 법과 질서의 수호자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는 발언을 자주 하면서 검사 출신인 자신과, 4차례 형사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대결을 '법 집행자 대 범죄자'의 구도로 만들려 노력해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다수 유입 문제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최대 공격 포인트로 삼으며 자신이 집권하면 불법 이민자 추방과 남부 국경 폐쇄 등으로 법과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결국 토론에서 두 사람은 자신이 법과 질서의 수호자이고 상대는 '교란자'라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기 위해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일지가 중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또 20% 안팎으로 추정되는 무당파 부동표심에 누가 더 다가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강성 진보' 이미지를 얼마나 중화할 수 있을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존중 결여 지적을 얼마나 불식할 수 있을지가 각각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메이카 출신 부친과 인도 출신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마이너리티'(소수자) 요소를 선거 때마다 유리하게 활용해가며 그간 정치적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이번에는 전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최고 지도자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도층, 그중에서도 미국 사회 주류이자 과반을 이루는 백인들에게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관측된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전력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집요하게 제기할 '민주주의 위협론'과 자신에게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좌충우돌' 이미지를 불식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예측불가능했던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품위 있게'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트럼프에게는 관건이다.

그간 자신이 패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반복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가올 대선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같은 맥락에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