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 샌버너디노·네바다주 리노 인근서 대형 화재…수만명 대피
루이지애나엔 열대성 폭풍 '프랜신' 상륙 예고…해일·홍수 위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서남부에서 일주일째 이어진 폭염으로 산불이 곳곳에서 확산 중인 가운데, 남동부에서는 열대성 폭풍이 발달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산림·화재 보호부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동쪽에 인접한 샌버너디노 카운티 러닝스프링스 지역에서 지난 5일 발생한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며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여의도 면적(4.5㎢)의 약 19배에 달하는 2만1천203에이커(약 85.8㎢)가 불에 탔다. 현재 1천708명의 소방 인력이 현장에서 분투 중이지만, 화재 진압률은 3% 수준에 불과하다.
당국은 이 화재로 인해 3만6천328개의 건조물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샌버너디노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장 대응을 위한 각종 자원이 신속히 배치되도록 했다.
당국은 "이 지역의 초목이 매우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폭염으로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어 저지대에서 산불이 더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LA 카운티 내륙과 샌버너디노 카운티 등 지역은 기온이 일주일째 화씨 100도(섭씨 38도) 넘게 올라가면서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특히 샌버너디노는 지난 금요일과 주말 최고 기온이 40도 넘게 치솟으면서 산불이 빠르게 번졌다.
이 지역은 캘리포니아 남부의 관광 명소인 호수 지역 애로헤드·빅베어레이크 주변 산지로, 지난 주말 산불이 확산하면서 주민과 여행객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날 오후에는 LA 카운티 동북부 산지인 앤젤레스 국유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밤새 1천255에이커(5.1㎢)를 태웠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117㎞ 떨어진 클리어레이크 지역에서도 전날 오후 화재가 일어나 76에이커(0.3㎢)가 소실됐으며, 30채의 건조물과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다.
캘리포니아주와 맞닿아 있는 네바다주 리노 외곽의 와슈 카운티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조 롬바르도 주지사가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산불의 피해 지역은 26㎢를 넘어섰고, 주민 약 2만명이 대피했으며, 약 6천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이 화재 역시 고온 건조한 날씨에 더해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커지고 있어 소방 당국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미 남동부 멕시코만 상공에서는 열대성 폭풍 '프랜신'(Francine)이 발달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
프랜신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텍사스주 남쪽 걸프 연안에 다가선 뒤 이틀 뒤쯤에는 허리케인으로 격상돼 루이지애나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 기상청(NWS)은 이날 루이지애나 남동부 전역에 허리케인과 열대성 폭풍 주의보를 발령했다.
프랜신이 강풍을 몰고 오면서 루이지애나를 포함해 미시시피 남부와 텍사스 남동부 해안 지역에 해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돌발성 폭우를 일으켜 일부 지역에 큰 홍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NWS는 경고했다.
미 CNN 방송은 지난달 평년에 비해 폭풍우가 다소 잠잠했던 미 남동부 지역에 본격적인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N의 기상 전문가들은 최근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저기압 발달의 연료 역할을 하고 있어 열대성 폭풍이 허리케인으로 위력을 높이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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