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 반려동물용 유모차 열풍 소개
판매량 4배 급증, 반려견 인구 사상 최고
한인들 "빠듯한 생활에 사치라고 느껴"

"한국에서 그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패서디나에 거주하는 한인 이모씨가 지난 5월 한국 방문 시 보고 놀랐다는 것은 반려견을 태운 유모차, 소위 '개모차'다. 이씨는 "서울뿐 아니라 한국의 백화점, 거리 식당, 휴양지에서 반려견을 태운 개모차를 보는 일은 일상이 될 만큼 흔한 광경"이라며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한국에서 유모차 대신 개모차를 더 자주 봤던 것은 웃픈(웃기면서 슬픈) 경험이었다"고 했다.
한인 이씨가 유모차 대신 개모차를 더 많이 봤다는 경험은 단순히 개인 경험을 넘어 사회 현상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모차 대신 개모차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에서 반려견을 태우는 개모차의 판매 급증에 미국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최근 한국에서 출산율은 낮아지고 반려동물 수는 늘면서 반려동물용 유모차(속칭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G마켓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반려견용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를 넘어섰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용품 쇼핑몰 펫프렌즈의 경우 개모차 판매량이 2019년 대비 4배로 증가했다.
WSJ은 개모차 판매 판매 급증 원인 중 하나로 반려견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꼽았다. 지난해 한국에서 등록된 반려견 수는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모차 수요가 급등하면서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고급 개 유모차 브랜드 에이버기의 프리미엄 모델 가격은 대당 1100달러나 한다. 이 업체는 원래 유아용 유모차도 선보였지만, 최근 한국 사업부는 이를 정리하고 개모차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WSJ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반려견을 위해 생일파티를 열고 개집을 호화롭게 꾸미며 애지중지한다고 전했다.
합계 출산율이 0.72명에 불과한 한국에서 유모차 대신 개모차 판매가 늘고 있는 현상을 놓고 사회적인 논쟁도 빚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백화점, 식당, 거리 등에서 개 유모차를 끌고 가는 모습이 일상적 풍경이 됐지만 0.72명에 불과한 합계출산율과 맞물리며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9월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제2차 청년 경청 콘서트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고 개만 사랑하고 결혼 안 하고 애를 안 낳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에서 "저출산에 대해 반려동물 소유주를 비난하기 전에 강도 높은 노동 조건과 저임금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WSJ은 한국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보고 젊은 세대에게 반려동물 대신 아이를 선택하라는 중앙정부의 호소하고 있지만 한국 윤석열 대통령도 결혼해서 아이 없이 살고 있으며, 대신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LA 한인타운에서도 개모차 모습을 마켓이나 식당에서도 목격했다는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개모차에 대한 한인들의 반응은 다소 비판적이다. 한인 직장인 김모씨는 "개를 좋아해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만 1100달러짜리 개모차를 사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먹고 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개모차는 너무 나간 사치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