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중국 공산당이 불법 펜타닐 수출 지원"
단속 느슨하게 해 미국내 유통 늘리는 경우도
"미국인을 독살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있다."
지난해 10월3일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이 브리핑 자리에 섰다. 펜타닐 등 제조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 8곳과 회사 직원 12명을 기소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는 "미국인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글로벌 펜타닐 공급망은 종종 중국 화학기업에서 시작된다"며 중국을 공개 저격했다. 이날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도 중국 기반 12개 업체와 개인 13명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이날 이후로도 미-중 펜타닐 갈등은 1년 가까이 지속 중이다.
마약은 미국의 오랜 골칫거리지만 펜타닐은 급이 다르다. 만들기 쉽고 값이 싼데 치명적이다. 헤로인보다 약 50배, 모르핀보다 약 100배 강력해 소량만 복용해도 사망할 수 있다.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펜타닐 위기에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 보고서는 펜타닐 위기를 "미국이 이제껏 맞닥뜨린 위기 중 가장 끔찍한 위기 중 하나"로 정의하면서 하루 평균 2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 위기의 원인으로 '중국 공산당'을 꼽았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불법 펜타닐 제조 및 수출 산업을 세금 환급 등을 통해 직접 지원하고 있다면서 "마약 밀매와 연루된 중국 기업 여러 곳을 중국 공산당이 소유하고 있다. 미국 법 집행기관의 협조 요청이 오면 마약 밀매업자에게 귀띔해주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합성 오피오이드(아편성 진통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 퍼졌다. 옥시코돈과 하이드로코돈이 대표적이다. 특히 퍼듀 제약사가 옥시코돈을 안전하고 효과적인 장기 통증 관리책으로 적극 홍보하면서 대중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했다.
합성 오피오이드 의존과 남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자 미 식품의약국은 2010년께부터 처방 지침을 강화했다. 처방약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암시장이 등장했고, 이 시장을 장악한 게 합성 오피오이드 중 저렴하고 효능이 강력한 중국산 펜타닐이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산 펜타닐이 국제우편, 밀수입 등을 통해 미국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관련 지표는 2014년부터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미국 법 집행 기관이 압수한 약물 중 펜타닐이 검출된 제품의 건수는 2013년 1015건에서 2014년 5343건으로 426% 늘었다.
미국은 중국을 출처로 지목하고 줄기차게 단속을 요구했다. 중국은 2019년부터 펜타닐의 모든 변종을 통제 물질 목록에 추가했다.
문제는 완제품만 막는다고 펜타닐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펜타닐은 합성 마약이다. 펜타닐의 재료인 전구체를 조합해 펜타닐을 합성해낼 수 있다. 전구체는 그 자체로 약물이 아니고, 합법적 용도로도 쓰이는 물질들이다. 펜타닐보다는 규제가 느슨하다. 화학공장에서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 미국외교협회 자료를 보면, 2022년 말 현재 전구체를 생산하는 소규모 화학회사가 중국에 최소 16만개가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올해 2월 낸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중국은 펜타닐 관련 단속을 느슨하게 해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중국이 마약 단속 협력을 무기화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인 랜드연구소도 지난달 "마약 딜러, 다른 범죄자들, 그리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가차 없이 처벌해온 전체주의 정부가 자국에서 유출되는 마약 흐름을 막는 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