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77% "집에서 오래 살고 싶다"
가정 간병하려면 1년에 29만달러 들어
가족 희생·간병비 부담에 결국 집밖으로
나이가 들면 신체가 쇠약해지면서 다양한 질병과 싸워야 하는 시기다 도래한다. 그럴 경우 병원이나 요양 시설이 아닌 집에서 간병을 받으면서 지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간병을 위해 집에서 보내는 노년이 가족들에겐 부담이다. 심리적 육체적 부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내 간병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제 은퇴해 노년의 시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겐 노년을 집에서 보내고 싶은 희망사항은 가족들의 희생과 더 큰 비용 부담으로 인해 그야말로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증가하면서 미국 가정에서 간병 비용이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해 노년을 집에서 보내려는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메디케어가 적용되는 65세는 사실상 은퇴의 기준 나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 65세에 들어서는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미국에선 매일 1만1000명이 65세가 되고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를 비롯한 50세 이상의 미국인의 77%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가능한 오래 살고 싶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많은 가족들이 요양원 등 간병 시설 방문이 금지되는 경험을 겪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년기를 집에서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노년기의 가족을 돌보기 위해 치뤄야 할 가족들의 희생이 크기 때문이다. 간병을 위해 배우자가 매일 붙어 있어야 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 자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보스턴칼리지의 은퇴 연구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자 중 약 4분의 1은 결국 최소 3년 이상 릫상당한릮 지원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은 어느 시점에 가족 등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급등하고 있는 간병 비용도 집에서의 노년 생활의 걸림돌이 된다. 장기요양 보험회사인 젠워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전역에서 중재기관을 통해 고용된 가정 건강 보조원에게 지급된 중간 비용은 시간당 33달러로 집계됐다. 2015년 시간당 20달러와 비교하면 65% 급등한 것이다. 24시간 이를 기준으로 간병이 필요한 사람이 본인의 집에서 1년간 들어갈 비용을 추산하면 약 29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문 요양 시설 개인실 연간 비용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고 다른 일반 보조 생활시설 개인실의 네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에게 이 같은 비용은 큰 부담이다. 보스턴칼리지 은퇴 연구센터는 "은퇴한 미국인 중 약 3분의1은 1년치 최소한의 요양비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간병비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한국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보호자들이 간병비로 지출한 비용은 2008년 3조6000억 원에서 2018년 8조 원을 넘었고,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2025년에 연 1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간병비 현황에 따르면 2019년 하루 7~9만 원 선이던 간병비는 최근 12~15만 원까지 늘어났다. 단순 계산 시 간병인을 한 달 고용하면 간병비로만 월 400만 원씩 지출되는 셈이다. 이는 한 달 법적 최저임금이 두 배 수준이다.
WSJ는 재택 요양비 제공 등 늘어나는 노년층에 대한 정책 확충을 지적하며 "사람들이 나이들고 병이 들더라도 가정에서 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