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인근 규모 4.7 지진
올해만 4.0 이상 14회 발생
"이러다 빅원" 불안감 커져

"엄마, 이번에 코스트코 가면 지진 비상 키트 꼭 사도록 하세요." LA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 온 딸의 말에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12일 오전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약간의 흔들림을 감지했던 이씨는 설마했지만 스마트폰에서 비상 알림 소리에 지진을 직감했다. 이씨는 "말리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봤다"고 말했다. 곧이어 딸이 안부를 묻는 전화를 했다. 이씨는 "최근 들어 남가주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솔직히 불안했다"며 "잊고 있던 빅원 우려에 딸의 말대로 지진을 대비해 비상용품을 구비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LA 인근에서 또 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4.7의 지진이었다. 최근 남가주에서 규모 4.0이 넘는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자 LA 주민들 사이에서 릫빅원릮에 대한 우려의 강도도 더 커지고 있다.
연방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2일에 발생한 규모 4.7의 지진은 LA카운티 서부 해변 말리부에서 북쪽 3.5마일 지점에서 발생했다. 진항의 깊이는 약 6.5마일로 애초 규모 5.1에서 4.7로 하향 수정됐다.
첫 지진이 발생하고 2분 뒤인 오전 7시 30분에 규모 2.8의 여진이 뒤따랐다. 이 지진에 따른 진동은 한인타운을 비롯해 LA카운티 전역에서 감지됐다. 멀리 샌디에이고와 베이커스필드에서도 흔들림을 느꼈다는 주민들의 신고도 있었다.
LA국제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씨는 "아파트가 몇 초간 흔들렸고 그때 베란다 커튼도 움직이는 걸 봤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특히 이날 지진은 이른 아침 시간대에 발생해 출근 준비를 하거나 이미 출근길에 오른 LA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 LA 일대에서는 부쩍 지진이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6일 LA 카운티와 가까운 북서쪽 지역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고, 지난달 12일에도 LA 카운티 내 하이랜드 파크 인근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일어난 바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65년간에 걸쳐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남가주에서 매년 평균 8~10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8년 13번 발생해 기록을 세웠지만 이 기록은 이번 말리부 지진으로 14번인 올해 깨졌다. 
말리부에서 지진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2월 규모 4.6 지진이 발생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LA 주민들 사이에선 빅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남가주 지진센터(SCEC)는 향후 30년 안에 규모 6.7 이상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99%에 달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지난 1994년 규모 6.7의 노스리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LA 주민들로서는 빅원 트라우마는 진행 중이다.
지진에 대비해 비상 식량이나 식수, 비상용품을 구입해 확보하려는 한인들이 늘고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강진 발생에 대비해 주택 소유, 보험증 등 중요 서류 사본, 충분한 의류, 최소 72시간을 버틸 수 있는 비상 식량과 식수, 구급약, 손전등, 파이어스틱 등을 포함한 비상 키트를 만들어 놓거나 구입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