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사건 적지 않아…"달라진 범죄 양상에 대한 진단·처방 시급"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경기 성남시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고 예고한 작성자가 범행 예고일이 지나도록 검거되지 않으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2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작성자가 "야탑역 월요일 날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오는 23일 오후 6시 야탑역 인근에 사는 (자신의) 친구들과 친구들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겠다"며 "불도 지르겠다"고 했다.

경찰은 같은 날 네티즌으로부터 관련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으나 6일이 지난 이날까지 작성자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글로 인해 이튿날 경찰이 야탑역 일대에서 순찰 강화한 상황에서도 "경찰차도 오고 나 참 찾으려고 노력하네. 열심히 찾아봐라 지금 야탑이니"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추가로 올라오기도 했다.

추가 게시글 작성자의 신원 또한 확인되지 않아 그가 앞선 게시글의 작성자와 동일인인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범행이 예고됐던 날 현장에서 실제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경찰은 작성자의 신원 특정을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이 각종 범행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를 검거하지 못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2명을 살해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분당 흉기 난동' 최원종(23)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 인근 오리역 근처에서 칼부림을 예고했던 작성자도 미검거 상태이다.

경찰은 용의자를 상대로 수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했고 작성자를 검거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이버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에 대한 수사를 하다보면 용의자의 행적은 물론 신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종결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온라인 사이트 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로그인 없이도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곳이라면 신속한 검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인터넷 프로토콜(IP) 특정을 통해 작성자를 검거하려고 해도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하거나 같은 IP를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등의 경우 신원 특정에 어려움이 생긴다.

검거가 더뎌질수록 현장에 투입되는 경비 인원 규모도 늘어나는 만큼 낭비되는 인력과 예산 규모도 커진다.

작성자가 범행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찰은 범행 예고 날짜가 다가오기 전까지 현장에 경비 인원을 투입해 현장에서 집중 순찰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번 야탑역 사건의 경우에도 게시글이 올라온 이튿날인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6일 동안 매일 현장에 수십 명의 경비 인원이 투입됐다.

특히 범행 예고일이었던 전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은 경찰과 자율방범대·해병대전우회 등 120여명과 장갑차까지 투입돼 집중 순찰을 벌였다.

범행 예고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경찰은 기동순찰대 1개 팀을 투입해 순찰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범죄가 야기하는 사회적 불안도 상당하다.

작성자가 검거되기 전까지 범행이 예고된 지역의 주민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 등에는 불안을 호소하고 검거 여부를 묻는 글이 이어지고는 한다.

미검거 사례가 늘어나면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온라인에 범행을 예고하는 방식의 범죄는 통신 매체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저지를 수 있어 유행처럼 번지기도 쉽다.

공항, 경기장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범행하겠다고 예고할 경우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고 조처 과정에서 큰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신속한 검거가 중요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시민들이 흉기 난동 사건을 접했기 때문에 범행 예고 게시글 작성자들이 검거되지 않을 경우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는 국가의 치안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 범죄 양상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달라진 범죄 토양에 대해 실질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며 "범정부적인 위원회 등을 구성해 과학적 분석에 나서고 관련 백서를 만들며 예방 및 검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