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1년 전보다 28% 올라
조류독감으로 출하량 감소한 탓
한인들 싼 가격 찾아 마켓 순례
시니어 "계란 먹기 심리적 부담"
생활 필수재인 계란값이 심상치 않다. 월급 빼곤 다 올랐을 정도로 역대급 인플레이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는 상황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한인들은 계란 가격이 싼 마켓을 찾아 헤매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싼 계란 찾아 삼만리'다.
맞벌이 주부인 송모씨는 주말이면 유기농 식품 전문 체인인 트레이더 조스 3가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루틴이 됐다. 송씨가 트레이더 조스를 찾게 된 이유는 계란 때문이다. 한인 마켓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유기농이어서다. 송씨는 "보통 12개 들이 유기농 계란값이 4~5달러선이어서 한국 마켓의 6~9달러에 비해 훨씬 저렴해 즐겨 찾는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송씨는 주말을 이용해 장을 보기 위해 적어도 마켓 2곳을 방문하는 게 기본이 됐다. 송씨는 "한국 음식 관련해서 한인 마켓을 가서 장을 보지만 계란만은 상대적으로 싼 미국 마켓을 찾게 된다"며 "귀찮다고 해서 또 비싸다고 해서 계란을 안먹을 수도 없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계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8.1%나 급등했다. 식품 가격 중 가장 큰 폭의 인상률이다.
팬데믹 이전 12개 계란 가격이 2달러대였던 것이 비해 현재 전국 평균 가격은 3.20달러로 7월 3.08달러와 비교해도 12센트가 올랐다.
LA 한인 마켓의 계란 가격도 오름세는 마찬가지다. 20개들이 계란 가격은 7월 6달러였지만 지난주엔 9달러대로 상승했다.
계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지난 2022년부터 전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조류 독감의 진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 49개 주에서 조류 독감이 발생해 계란 생산에 타격을 주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조류 독감으로 살처분된 닭이 1억여마리에 달한다. 이로 인해 양계농가의 계란 출하량은 지난 7월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서 계란 가격이 금값이 된 것이다.
급등한 계란 가격은 마켓 순례라는 번거로움뿐 아니라 연금이나 생계보조금(SSI)과 같은 고정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인 시니어들에겐 재정 부담이라는 고통을 안겨준다. 한인 시니어 김모씨는 "노인들에게 필수 식자재인 계란 가격이 오르면서 식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더 커졌다"며 "비싼 고기는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계란은 노인들에게 필수 음식이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조류 독감이 지속될 경우 계란 가격의 급등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서 금값 계란에 대한 우려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