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JMS 선교회 정씨 신격화, 피해자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인정"
선고 권고형 기준 형량 상한 초과 신중…무죄 기대 변호인 "즉시 상고"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한대로 피해자들의 심리적 항거 불능상태, 메시아·재림예수로 칭한 피고인의 종교적 지위를 인정하며, 1심이 판단한 유죄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1심 재판에서 주요 유죄 증거로 쓰인 범죄현장 녹음 파일은 증거에서 배척했다.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는 2일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정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징역 2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양형 부당을 주장한 정씨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 정명석 메시아 지위·피해자 항거불능 상태 인정…유죄 유지
항소심 재판부는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 피고인 정씨의 종교적 지위 등과 관련해 대체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해 유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JMS 선교회 신도들이 평소 피고인을 재림 예수, 구원자, 메시아 등으로 명확히 신격화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역시 재림 신부로서의 권세를 누렸다고 판단했다.
종교적 구원을 갈망했던 피해자들은 피고인을 따르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믿으며 사실상 심리적으로 복종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편지와 일기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을 메시아로 느끼며 종교적 구원과 안식을 찾는 걸 알 수 있다"며 "피고인 측이 피해자들이 정상적으로 성적 접촉을 수용했다고 주장하지만, 강제 추행 직후 수치심 등의 표현이 없었던 건 피해자들이 나름대로 종교적 의미를 찾으려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 녹음파일 증거능력 배제…"양형 상한 초과는 신중할 필요"
1심 재판에서 주요 유죄 증거로 쓰인 피해자가 제출한 범행 현장 녹음파일은 증거에서 배제했다.
감정 결과 녹음파일이 조작·편집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원본파일과 동일성·무결성 역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녹음파일을 제출한 피해자 측이 녹음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처분하면서 비교·대조할 원본파일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원심이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피고인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해당 사건 권고형 기준 형량은 징역 4년∼징역 19년 3개월인데, 원심은 이를 넘어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상당수 피해자가 추가로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일부 사건은 기소되기까지 했다"며 "피고인에 대한 추가 수사·기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권고형 상한을 넘어서면서까지 형을 정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에 따른 형량 상향이 필요하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선, 오히려 수사기관을 질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 원인을 피고인에게만 돌리기 어렵다. 어렵게 밝힌 피해자 진술이 적법한 방법으로 작성되지 않아 증거에서 배제됐다"며 "수사단계에서 치밀하고 면밀하게 녹음파일 원본파일을 확인했다면 원본 동일성이 어렵지 않게 확인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기대한 피고인 측은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그대로 인정되자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정씨 측 변호를 맡은 황윤상 변호사는 "범죄사실 및 세뇌당했다는 공소사실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이를 피고인 측에 전가하고 성인지 감수성 이론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심이 법과 원칙대로 판결하지 않았기에 즉시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에이미(30)와 한국인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외국인 여신도들이 자신을 허위로 성범죄 고소했다며 경찰에 맞고소하는 등 무고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정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과 별개로 지난 5월 또 다른 여신도 2명을 대상으로 19차례에 걸쳐 성폭력 범행을 더 저지른 것을 파악해 정씨와 측근들을 추가로 기소했다.
정씨는 앞서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말레이시아 리조트, 홍콩 아파트, 중국 안산 숙소 등에서 20대 여신도 4명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죄(강간치상 등)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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