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해 설계된 폭풍" 등 루머 확산에 美당국자들 곤욕

트럼프는 "재난 예산 이민자에 써버려" 주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최근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과 관련해 '정부가 날씨를 통제하고 있다'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이 퍼지고 있어 공무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헐린이 지난달 말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미국 6개 주를 할퀴고 지나간 후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거짓된 주장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나갔다.

공무원들이 날씨를 통제하고 있으며, 헐린은 기업들이 지역에 매장된 리튬을 채굴할 수 있도록 설계된 폭풍이며, 공무원들이 고의로 시신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 등이다.

공화당 강경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그렇다. 그들은 날씨를 통제할 수 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면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다"고 음모론에 동조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바이든 행정부의 헐린 대응을 비난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 십억달러를 불법 이민자 지원에 사용한 탓에 허리케인 피해 지역을 도울 자금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백악관은 지난 4일 일부 공화당 지도자들과 보수 언론이 재난 구호 노력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미국인을 분열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린다며 공식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은 거짓"이라며 "이주민에게 주택과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재난 구호 자금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백악관의 반박에 이어 근거없는 주장이라는 주요 언론의 지적에도 트럼프 대선 캠프는 연방재난관리청 예산이 불법적으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음모론이 일파만파 번지자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은 대응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너무나 많은 소문의 표적이 되자 웹사이트에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대응 중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자신의 SNS에서 연방재난관리청의 재난 대응 절차를 직접 설명하는 등 개인적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케이트 스타버드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재난은 종종 정치화된다면서 선정주의와 분노에 휩싸인 SNS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그는 "음모론과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서 사람들이 집단적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조작하고 사건을 정치화하면 현 상황에서의 대응과 복구는 물론이고 다음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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