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지난 4월 미국 대학가를 휩쓴 가자전쟁 반대시위의 진앙이었던 컬럼비아대에서 전쟁 발발 1년이 되는 7일(현지시간) 또다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지지자들의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캠퍼스 중심에 있는 로우메모리얼 도서관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부터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해온 '컬럼비아대 아파르트헤이트 퇴출 연합'은 도서관 계단에서 '가자에 자유를'(Free Gaza)이라고 적힌 깃발과 포스터 등을 들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구호를 외치는 대신 침묵으로 가자지구에 연대를 표한 이들은 캠퍼스 문을 나서 거리로 행진하며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쳤다.
이들은 또 교차로를 막아서고 '대량 학살을 멈추라'는 스티커를 붙이며 전쟁에 항의했다.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린 도서관 계단의 한편에서는 이스라엘 지지 시위도 진행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에서 열린 노바 음악 축제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연설을 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작은 전시회도 열었다.
친이스라엘 그룹의 리더인 엘리아나 골딘은 "사람들이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추모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학 문밖에서는 유대인 공동체 구성원 100여명이 이스라엘 국기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컬럼비아대는 지난 4월부터 확산한 반전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대는 교내에 텐트를 치고 장기 농성에 나섰고, 경찰이 이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100명이 넘게 체포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경찰에 시위대 해산을 요청했던 네마트 샤피크 총장은 여론의 역풍으로 사임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겪은 컬럼비아대는 지난달 개학을 맞아 교직원과 학생들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에야 교정 출입을 허용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시위를 막기 위해 애썼다.
지난주에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잔디밭에 팔레스타인 국기와 가자지구 희생자들의 사진을 놓고 추모 전시를 마련했지만, 대학 경비에 의해 철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구호와 행진 등으로 격렬했던 시위가 이날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지난주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찾아갔다는 한 이스라엘 지지 학생 모임 회원은 "작년에는 캠퍼스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올해는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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