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여사에 "자제 필요" 첫 입장…친한계 "사과 늦어" 판단속 '활동중단' 요청
신지호 "대통령 탄핵시도 효과적 저지 위해 김여사 문제 지혜로운 처리 고민"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 내부에서 야권이 제기하는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이 여권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 의혹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김 여사가 아예 대외 활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한 이런 요청은 공식적으로는 '활동 자제'라는 메시지로 표현됐지만, 그 속내는 적어도 의혹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만이라도 김 여사의 공개 활동이 중단되길 바란다는 것이라고 한다.
명품백 수수 의혹과 주가조작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등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면서, 이제는 야권이 이들 의혹을 연결고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까지 공식석상에서 공공연히 거론하기 시작한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런 건의의 배경이다.
휴일인 9일에는 그동안 김 여사 문제에 직접적 언급을 자제해오던 한동훈 대표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고 전면에 나서면서 친한계 지도부의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는 이날 윤일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김 여사 활동 자제' 요구에 대해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최근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 원외 당협위원장과 비공개 토론 등에서 "물러나지 않고 앞장서겠다",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며 '액션'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실제로 한 대표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 대표 발언이 좀 더 나아간 것은 이제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김 여사의 외부 활동 잠정 중단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김 여사가 이미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정치 도의적 차원의 사과가 늦어져 이제는 사과로만 끝내선 민심을 달래기가 어렵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들은 늦은 사과가 오히려 논란과 역공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한다.
따라서 일단은 의혹들이 해소될 가닥을 잡을 때까지만이라도, 김 여사 스스로 조용히 여론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국민을 향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도의적 미안함을 간접 표현하는 방식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김 여사의 조용한 행보가 이어지는 동안 제2부속실 복원과 같은 대국민 약속을 빨리 지켜주는 것만이 상황을 부드럽게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친한계 박상수 대변인은 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 최저 수준, 최고 수준이 특검인데 (적절한 해법은) 그 사이 어딘가"라며 "김 여사가 국민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자체가 지금 당정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사과는 좀 늦었고, 민주당이 원하는 수준의 사과를 할 수 없다"면서 "활동을 조금 자제하고, 제2부속실 설치 같은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한계 지도부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여사 특검법이나 상설특검에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육책으로 김 여사의 활동 잠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여사는 지난해 연말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동안 공개 행보를 최대한 삼갔지만, 지난 4월 총선 이후부터 공개 행보를 재개한 바 있다.
10·26 재보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친한계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집권 여당으로서 느끼는 긴장감이 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여당이 여유 있는 승리를 예상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의 경우 야당 후보 단일화 이후 여야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재보선 전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비슷한 처지의 손모 씨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김 여사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한다면 여론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검찰이 어떤 식의 처분을 내릴지 저희가 지켜봐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저희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희의 마지노선은 이·조(이재명·조국) 세력의 무도한 대통령 탄핵이고,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김 여사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처리하는 것이 대통령 탄핵(시도) 저지에 조금 더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yu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