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러셀 채권국가분류…관찰대상국 지정 2년만에 '4수 끝' WGBI 편입 결정
美·日·中·佛 등에 이어 9번째 비중…70조~80조대 '글로벌 유동성' 유입
주가지수 관찰대상국 지정 피해…공매도 금지엔 "신속한 해결" 요구
(런던·세종=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이준서 기자 =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에 성공했다.
2022년 9월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에 오른 지 네번째 도전만이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국채지수(GBI-EM)와 함께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추종하는 채권지수로 꼽힌다. 지난 2002년 BBGA에 이어 WGBI까지 양대 '국채 선진그룹'에 올라선 셈이다.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시간) 채권국가분류 반기리뷰에서 한국을 WGBI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편입 여부가 결정된 것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실제 지수 반영 시점은 '내년 11월부터'라고 명시했다.
내년 11월부터 1년간 분기별로 편입비중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발행한 지 오래되지 않아 발행잔액과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고채 50년물은 편입대상에서 제외된다.
FTSE 러셀은 한국의 시장접근성 수준이 WGBI 편입요건인 2단계(Level 2)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FTSE 러셀은 시장 규모, 국가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수준을 고려해 통상 3월과 9월 WGBI 편입 여부를 정기적으로 결정하는데, 그동안 한국은 시장접근성 수준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국채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완비하고 지수 편입에 주력해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리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역동성, 그리고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하고 지난 2년간 추진한 정책방향을 신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FTSE 러셀은 10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편입 비중이 2.2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까지 26개 편입국가 중에서 미국(40.4%)·일본(10.2%)·중국(9.7%)·프랑스(6.7%)·이탈리아(6.0%)·독일(5.2%)·영국(4.8%)·스페인(4.0%)에 이어 9번째 규모다.
WGBI 추종자금이 대략 2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채권 수요로 채권값이 상승(채권금리 하락)하고, 대규모 달러화 유입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로서도 국채 조달비용 경감으로 재정운용 여력을 늘릴 수 있다.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WGBI 편입으로 금리가 안정됨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외환시장의 유동성도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적으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리뷰에서는 현재 '선진시장'(Developed market)으로 분류된 한국 주식시장의 '공매도 금지'도 문제 삼았다.
FTSE 러셀은 "금지 조치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초 거론됐던 '관찰대상국 지정'은 피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탓에 우리나라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선진지수에도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경고장 격이다.
공매도가 내년 3월 말 재개되는 일정이 확정된 것을 고려해, 우선은 공매도 문제 해결을 지켜보겠다는 구두경고만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FTSE 러셀은 "공매도 금지는 내년 3월 30일까지 연장됐다"며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불법 거래에 대해 더 가혹한 처벌을 도입하고 한국거래소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예고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부 측면에서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2025년 3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보 격차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cherora@yna.co.kr,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