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우승 뒤 협회ㄱ대표팀에 작심 발언…두 달 만에 국내 팬 앞 복귀전
팬들, 눈물 쏟는 안세영에 "울지 마" 연호하며 응원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직후 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운영상 문제점을 질타했던 안세영(삼성생명)이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냐'는 질문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9일 경남 밀양배드민턴경기장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배드민턴 여자 일반부 단체전 예선에서 2경기 단식을 승리한 뒤 취재진과 만난 안세영은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안세영은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대표팀의 부상 관리와 훈련 방식, 협회 의사 결정 체계 등이 선수의 경기력 유지 및 향상을 저해한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이후 안세영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배드민턴을 사랑하고,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휴식하는 동안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졌냐'는 질문이 나오자 안세영은 바로 입을 열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이내 안세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컥한 안세영은 눈물을 참으려는 듯 "아…"라며 고개를 숙였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매만지기도 했다.
감정을 조금 추스른 안세영은 이내 팬들을 향해 "많이 기다려주셨을 거고, 내 배드민턴을 많이 사랑해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의 작심 비판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 조사에 착수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는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과 김학균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을 향한 문체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두 달의 공백기를 "잘 쉬고 잘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았다는 안세영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고, 쉬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그냥 생각을 안 하고, 쉬면서 내 게임과 경기력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10일 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통해 비(非) 국가대표선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폐지 추진, 국가대표 선수의 복종을 규정한 협회 규정 폐지 권고 등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냐'는 질문에 안세영은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아무래도 어떻게 되는지도 저도 다 보지 않았다"며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무릎 부상을 이유로 8∼9월 일본오픈과 코리아오픈에 모두 불참했던 안세영은 자신의 몸 상태가 70∼8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안세영은 "이제 막 복귀해서 나도 어느 정도로 올라왔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덧붙이며 "나름대로 지금까지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걸 토대로 더 잘 준비하고 만들어서 나아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안세영을 뛰어넘는 선수'다. 안세영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을 이뤘으니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건 선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며 "이제 안세영을 또 뛰어넘는 저 자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제대회 불참으로 지난해 8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천위페이(중국)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준 데 대해서는 "꿈을 이뤘으니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나 싶어서 잘 즐겼다"며 "이제 앞으로 본모습(을 보이고), 배드민턴을 잘하고 즐기다 보면 어느샌가 세계랭킹 1위에 또 올라가 있지 않을까"라며 '셔틀콕 여제'다운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터뷰 말미 팬들을 향해 한마디를 더 하려던 안세영이 다시 북받친 감정을 애써 누르려고 하자, 주변에 모여든 팬들이 "울지 마, 울지 마"를 외치며 안세영에게 힘을 북돋웠다.
응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은 안세영은 "복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며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한 뒤 배드민턴 관계자와 함께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