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등 기후변화에 취약…저렴한 주거 수단이지만 안전 위협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에서 이동식 또는 조립식 주택에 살고 있는 1천600만명이 기후 변화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이 지난 9월과 지난주 각각 미 남동부를 강타했을 때 이런 주택이 다수 파손되고 사망자도 발생한 점을 들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동·조립식 주택은 가장 저렴한 주택 형태 가운데 하나로, 전통적인 주택에 사는 사람보다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3배나 높았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로직의 수집 자료를 보면 조립식 주택은 홍수 지대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조립식 주택은 기존에 건축된 미국 전국 주택 수량의 6%를 차지한다.
조립식 주택 비율은 최근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으로 큰 피해를 본 일부 지역에서 더 높았다.
예컨대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부 지역에서는 주택의 14%가 이동·조립식이다.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주변에서는 그 비율이 11%다. 이동·조립식 주택 거주자들은 종종 연방 재난프로그램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지역사회에서 쫓겨나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워싱턴 소재 도시연구소의 앤드루 룸바흐는 "조립식 주택은 저렴한 주택과 기후 위기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보여준다"며 "가장 저렴한 주택 공급은 기후 재난에 가장 취약하게 하고, (파손 주택) 복구 과정에서 종종 균열이 생겨 무너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976년 이전에 지은 이동식 주택은 어떤 건축 법규도 충족할 필요가 없었으며 이후 관련 건축 기준이 만들어졌다.
도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976년 이전에 지은 이동식 주택은 130만채로, 이들 주택은 재해 발생 때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한 노스캐롤라이나 카운티들에는 1만9천여채의 노후 이동식 주택이, 탬파지역에는 약 5만채가 있었다. 이중 몇 채가 허리케인으로 파손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동·조립식 주택 제작 업계는 관련 규정에 따라 만들어 올바르게 설치하면 다른 기존 구조물만큼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절한 설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하기 전에 탬파 베이 당국자들은 건축 시기에 관계 없이 모든 조립식 주택 거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동·조립식 주택에 사는 사람이 허리케인으로 집을 잃어도 홍수 등 재난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관련 법규에 부합하게 파손 주택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데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이재민의 고통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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