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적 이라크 꺾고 조 선두… 베테랑 위주 포지션 '본선 경쟁력'엔 물음표
혹시 모를 에이징 커브 대비, 폭넓은 실험 통해 과감한 세대교체 나서야
이제 눈앞의 경기에 급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더 과감하게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월 치른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난적 요르단, 이라크를 모두 이기며 여유를 찾았다. 3승1무 승점 10을 확보한 한국은 조 1위를 지켰다. 2위 요르단, 3위 이라크(이상 7점)에 3점 앞선다. 11월에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쿠웨이트, 팔레스타인을 상대하는 만큼 홍 감독도 마음의 짐을 덜고 다음 일정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10월 2연전의 최대 성과는 세대교체를 향한 신호탄을 쐈다는 사실이다. 스트라이커 쪽에서는 오현규, 오세훈 등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1990년생으로 34세인 주민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흐름을 만들었다. 배준호를 필두 엄지성까지 측면에서 활기를 불어넣은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여전히 미래가 걱정되는 포지션도 있다. 대표적인 자리가 수비형 미드필더다. 홍 감독은 2연전에서 모두 박용우를 선발 카드로 내세웠다. 박용우는 수비에서 몇 차례 약점을 드러내며 실점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제 몫을 했다.
당장은 문제가 아니다. 2년 후 본선에서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박용우는 1993년생으로 현재 31세다. 2026년이면 33세가 된다. 선수로서 어느 정도의 기량을 유지할지 알 수 없는 나이다. 박용우를 중심으로 미드필드 라인을 구성해 예선을 치렀는데 기량이 하락한다면 정작 가장 중요한 본선에서 대표팀의 골격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현재 K리그에는 박용우 자리에 실험할 만한 선수들이 몇몇 있다. 정호연(광주FC)을 비롯해 김동현, 이유현(강원FC) 등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11월부터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만큼 폭넓은 실험도 필요해 보인다. 당장 주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기존 선수와의 호흡을 점검한다면 더 많은 옵션을 확보할 수 있다.
왼쪽 사이드백으로 출전한 이명재 역시 1993년생이다. 체력과 기동력이 중요한 자리인데 박용우와 마찬가지로 2년 후 기량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 실력을 잘 지킨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이미 사례가 있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사이드백 이용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설 정도로 비중이 큰 선수였지만 대회가 열리는 해에 기량이 떨어지면서 본선에 가지 못했다. 대표팀의 목표는 더 이상 월드컵 본선 진출이 다가 아니다. 본선에서 더 나은 성적, 역사를 만드는 게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게 낫다. 눈앞의 경기에만 급급해 세대교체에 소심하게 반응한다면 향후 홍 감독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