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 한국 돌아간 한인들 삶 조명
소셜연금 수령자도 10년래 3배 늘어
편의시설·대중교통· 의료시설 만족
공짜 혜택 부정적 시각· 교포 편견도
영어 이름이 존인 김태유씨는 1990년에 시작된 미국 이민자의 삶을 3년 전에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역이민했다. 3D업종을 전전했지만 착실하게 돈을 모은 김씨는 시애틀에서 데리야끼 식당을 오픈했다. 그 때 그는 자신이 60살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곤 한국행을 택했다. 김씨가 정착한 곳은 고창으로 은퇴자 커뮤니티였다. 그곳 800여명 주민 중 33% 정도가 김씨와 같은 1세대 이민자이자 한국 역이민자들이다.
김씨는 "한국으로 되돌아 오기를 늘 바랬다"며 "고향을 떠난 이민자의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비애를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커뮤니티 안에서 마련된 편의 시설에서 온천, 골프, 탁구를 즐기고 조성된 산책로를 이용하면서 서예를 연습하고 시를 쓰면서 한국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테메큘라 출신의 차덕희씨는 196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80세 은퇴 간호사로 미국 삶의 지루함 때문에 한국 역이민을 선택한 케이스다. 차씨는 "미국에선 그저 골프를 치는 것 이외엔 할 일이 없었다"며 "골프를 함께 치던 친구들도 하나 둘씩 떠나고 말았다"고 회상했다. 차씨는 대전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대중 교통이 잘 되어 있고 시니어들에겐 무료여서 어디든 갈 수 있다. 교회 친구들과 맛난 음식도 먹고 국민의료보험에 가입해 가까운 병원에서 저렴하게 진료도 받고 있다.
차씨는 "미국에서 의사를 만나는 일은 너무 힘들고 짜증스러워 병원 가는 시간을 아끼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미국에서 병원에 가면 늘 제대로 의사 표현을 못해 언어 장벽에 심적 부담을 크게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17일 LA타임스(LAT)는 고단한 미국 이민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서 안락한 은퇴의 삶을 살려는 한인 시니어와 미국 생활에 환멸을 느낀 한인 2세들이 한국으로 역이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LAT에 따르면 역이민해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수는 4만7406명으로, 지난 2010년 3만5501명에 비해 1만2000명 정도 늘어났다. 한국에서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소셜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한인들의 수도 지난해 9379명으로 2013년 3709명에 비해 3배 가까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는 사례에서도 미주 한인들이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재취득한 사례는 4203건으로 이중 60%가 미국에서 역이민한 한인들이라고 LAT 는 지적했다.
미주 한인들의 한국 역이민이 증가하는 데는 이민 1세대뿐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도 역이민 대열에 감담하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 받은 교육과 경력을 바탕으로 소수인종에 따른 제한을 피해 한국으로 역이민하는 젊은 한인들도 크게 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릫기회의 땅릮인 셈이다.
또한 비교적 저렴한 집값에 대중 교통에 편의점 등 생활 시설이 잘 갖춰진 한국 대도시의 편리한 삶도 젊은 한인들이 한국 역이민 대열에 나서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역이민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 문화에 완전하게 통합되지 못해 '진짜 한국인'이 되지 못하는 정체성의 문제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포'라는 말로 규정되는 편견들도 역이민 한인들의 느끼는 또 다른 차별이다. 예를 들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되돌아와 의료보험과 연금 혜택을 본다는 부정적인 시각이나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어 학원 교사 채용에서 제외되는 차별, 그리고 명문대학에 상대적으로 쉽게 입학할 수 있는 혜택이 특혜로 여겨지는 것 등이다.
역이민 한인 중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우 대학 입학을 위해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한국의 살인적 교육 환경을 피해 미국으로 귀환을 계획하고 있는 젊은 부부들도 존재하고 있다고 LAT는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