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A서 한국어능력시험 응시 356명
OC 한국유학박람회엔 4000여명 참가
전세계 세종학당 수강생 21만명 달해
지난 5일과 6일 부에나파크 소스몰에서 열린 '2024 미국 한국유학박람회'가 열렸다. 당초 예상했던 2000명을 훌쩍 뛰어 넘은 4000여명의 미국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방문해 장사진을 이뤘다. 9학년인 소피아 소카는 이화여대 부스에서 상담을 마쳤다. 소카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한국의 모든 것을 정말 좋아한다"며 "한국 말을 배워 한국에 살면서 공부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고 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블레이크 레빈스는 지난 8일 열린 '2024 미주 한국어 시낭송 대회'에서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낭송해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가장 친한 한국인 친구, 그 가족들과 잊을 수 없는 여름을 보낸 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불확실했던 일련의 감정에 공감해 이 시를 선택하게 됐다"며 "즐거운 편지는 기다림의 고통스런 감정을 표현한 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글 및 한국어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예전엔 변방의 소수 인종의 언어로만 치부됐던 한국어가 K팝과 영화,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부상하면서 이젠 한국어를 배우려는 타인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수요에 비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곳이 부족하다 보니 대기표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아예 타인종 학생들이 주도하여 학교 내에 한국어반을 개설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금 미국은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전 세계에서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질 높은 한국어 교육 과정을 갖춰 인기가 높은 세종학당의 경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수강생 수는 전 세계적으로 21만명에 달한다. 2007년 740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00배나 늘어났다. LA를 비롯해 세계 285곳의 세종학당에 입학하기 위해 대기하는 타인종의 수는 1만5689명으로 지난해 7840명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LA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열풍은 한국어를 인증하는 시험 응시자 수에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한국어능력시험인 TOPIK에 응시한 인원은 모두 356명. 이는 전년에 비해 13.2%나 급증한 수치다. TOPIK은 한국 유학이나 한국 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TOPIK 시험을 대행하고 있는 LA한국교육원은 내년부터 스페인어로 진행하는 한국어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만큼 미국 내 다양한 인종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예 학생들이 주도하여 한국어반을 개설하는 사례도 있다. 오렌지카운티 애나하임 교육구 산하 사이프레스 고등학교(Cypress High School)에선 한인 학생들의 주도로 한국어반이 개설됐다. 학교 12학년 김다은·이혜인·심윤환 학생 등이 한국어반 개설을 위해 1년간 설문조사를 비롯해 각종 홍보 자료를 만들어 한국어반 개설 필요성을 널리 알렸다. 이들의 노력은 지난 9일 LA한국교육원과 사이프레스 고등학교 사이에 한국어반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전훈 LA한국교육원 원장은 "학생 주도로 한국어반 개설이 된 것은 기존의 교육구 주도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향후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어 배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어를 적극 보급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교육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