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발 빼는데 왜 참전국 되려하나
미국도 대응 자제, 트럼프는 러시아 편
"국익 고려해 신중 대응" 목소리 높아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갈 것"이라며 "나토 및 나토 회원국들과 실질적인 대응 조치를 함께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아야 할 불법적 행위이자 우리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우리 군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해 갈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의 행태를 잘 지켜볼 것이고, 그것에 따라서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련 동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6월 한국 정부는 북한·러시아의 사실상 군사동맹 복원에 대응해 그동안 보류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고 밝힌바 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러시아는 그러한 조치에 대해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은 우리 정부의 북한군 파병 사실 확인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공사)은 "북한군 파병설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거나, 신뢰하더라도 그 사실을 인정할 경우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에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지만 미국과 나토는 요지부동이다. 러시아의 핵교리(핵무기 사용 원칙) 변경으로 확전에 따른 위험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공개된 보수 성향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젤렌스키 대통령)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패배자"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편을 들었다.
한국내 국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젤렌스키 혼자만 애쓰고 있을 뿐 유럽은 다 지쳤고 발을 빼고 싶어하는 정서가 팽배하다. 미국 대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이 사실상 참전국 지위가 되면 패배에 어느 정도는 책임을 져야한다"며 정부의 냉철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