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서 1만5천명 이상 참석한 대규모 유세…핵심 경합주 사수 총력전
흑인들 대거 참석…"결국은 흑인의 압도적 다수가 해리스를 찍을 것"
(클락스턴[미 조지아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가 열린 조지아주 디캘브카운티 클락스턴시의 제임스R홀포드 경기장.
"예스 위 캔"(Yes, we can·네, 우리는 할 수 있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8년 대선 구호), "위 윌 윈"(We will win·우리는 이길 것·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구호) 등 민주당의 대표적 구호들이 울려 퍼졌지만 이날 현장을 지배한 구호는 '우리는 트럼프때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낫 고잉 백"(Not going back)이었다.
초박빙 구도의 대선을 12일 앞둔 이날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열린 해리스 부통령 유세는 반(反) 트럼프 세력의 '총궐기 대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었다.
미국 록의 살아있는 전설 '더보스'(The Boss)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열창으로 띄운 흥을 '스피치 마스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열기로 바꿨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폭발시켰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1만 5천명 이상의 청중은 이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약 여러분이 카멀라를 뽑으면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돈이 아닌 여러분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자 "와"하는 환호로 반응했다.
이어 오바마가 낙태권 등 여성의 자유를 "트럼프는 빼앗으려 하고 카멀라는 그것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려 한다"고 외치자 여성을 중심으로 한 청중들이 열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의 행동을 강인함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진짜 강함은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지고, 진실을 말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밝힌 뒤 "내 친구를 소개한다"며 해리스 부통령을 소개하자 행사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과 첫 흑인 부통령이 무대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자 흑인들이 적어도 절반은 됨직한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공감을 표하면서 이날 행사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주의는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라며 "조지아여, 우리는 이제 행동할 때이며, 우리가 함께 할때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외치자 청중들은 일제히 함성과 함께 "위 윌 윈(We will win)"을 반복해서 외쳤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비워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선 해리스 부통령 모두 트럼프 재집권의 위험성을 강조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히틀러도 좋은 일을 했다"라고 여러 번 말했다는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증언을 해리스가 소개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우∼"하며 야유로 반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나는 존 켈리를 안다. 그는 내 밑에서 (군 장성으로) 일했다"며 "그는 신중한 사람"이며, "정치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하던 사람"이라며 그가 '상사'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해 경종을 울린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전날 애틀랜타 외곽의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풍경과는 완연히 달랐다. 백인들이 압도적 다수였던 트럼프 행사와 달리 이날 행사는 흑인들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참석자 대부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모자와 티셔츠 등 '트럼프 굿즈'로 무장한 전날 공화당 유세가 유명 록스타의 팬클럽 행사같았던 반면 이날 해리스 유세는 '트럼프는 안 된다'는 깃발 아래 다양한 사람들이 뜻을 모은 '궐기대회' 느낌이었다.
퇴임후에도 민주당에서 큰 영향력과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찬조연설자로 나서고, 미국의 노동계층이 특히 좋아하는 정상급 록스타 스프링스틴이 공연자로 나선 것은 해리스 캠프가 지난 대선에서 0.2% 포인트 차로 28년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조지아주 사수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흑인 남성 아이작 에이절(47) 씨는 "이미 사전투표에서 해리스를 찍었다"며 나는 (소상공인 창업 지원 대대적 확대 등을 담은) '기회의 경제' 공약을 포함한 그녀의 정책을 믿으며, 그녀가 최고위직에 필요한 품위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 옳음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면서 "우리에게는 두 후보 밖에 선택지가 없으며 나는 내가 지지하는 가치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카고에서 날아왔다고 밝힌 흑인 여성 미셸(45) 씨는 "분열된 미국에서 우리는 서로 돕는 인류애로 돌아가야 하며 트럼프 같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내가 병이 나서 신장을 누군가로부터 이식받아야 한다면 피부색을 가리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미셸 씨는 흑인 유권자들의 해리스 지지가 4년전 바이든 지지만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결국은 흑인의 압도적 다수가 해리스를 찍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사전 투표를 통해 자신의 생애 첫 표를 해리스 부통령에게 줬다고 밝힌 18세 백인 남성 오웬 데니얼 씨(대학생)는 "해리스의 가치관을 더 지지하기에 그에게 투표했다"며 "그녀가 상대 후보(트럼프)보다 미국과 미국인의 삶을 더 많이 살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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