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비싸고 오래 걸리고 짜증난다"
50개 주별 예비선거까지 고비용 구조
그럼에도 승패는 7개 경합주가 결정
대선을 열흘 앞둔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선의 유별난 특징에 대해 "비싸고, 오래 걸리고, 짜증난다"고 지목했다.
선거 비용을 추적하는 비당파 그룹 오픈 시크리츠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선에 사용된 비용은 모두 159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20년 대선(183억4000만 달러)보다는 줄었지만, 2016년(85억1000만 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다.
2000년(56억2000만 달러), 2004년(68억9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3~4배 크다.
WSJ는 "많은 미국인이 알라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의 선거는 선진 민주국과 비교해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며 같은 북미 국가인 캐나다의 선거 기간은 36~50일 정도이며 2021년 선거 당시 총비용은 6900만 달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의 유권자 1인당 선거 비용은 영국·독일과 비교해 40배나 많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 내역이 공개된 2019년 기준 달러 환산 선거 비용은 8천만 달러로 전해진다. 올해 비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각 당이 올 상반기 거둬들인 정치자금이 모두 9700만 달러이고 이 돈이 모두 선거 비용으로 지출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2019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WSJ은 추정했다. 올해 영국의 선거는 모두 6주 동안 진행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첫 2주 동안 3억달러를 거둬들였고, 민주당의 총 후원금 모금은 10억달러에 달한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억달러를 모금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 정치자금의 대부분 원천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과 같은 한 줌의 고액 기부자들이다.
오픈 시크리츠에 따르면 2004년 미국 선거 당시 100만 달러 이상 고액 정치자금 후원자는 23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선거에는 408명의 '큰손'이 모두 23억 달러를 쾌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고비용 선거 구조는 연방제라는 독특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특성과 독특한 선거제도에 근거한다.
미국은 각 당의 후보 선출 단계부터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제도를 시행한다. 선거를 몇 번이나 치르는 셈이어서 비용과 기간 모두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여기에 영국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들이 법으로 엄격하게 선거 비용 상한을 제한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와 연결돼서 해석한다. 규제가 갈수록 풀리는 이유다.
다만 미국에서도 풀뿌리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고비용 구조와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정치 광고에 대한 염증이 제기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액 후원자들의 커지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따.
퓨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선거 비용 제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대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