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동력'…의협회장 탄핵 여부 영향줄지 '촉각'
'증원 백지화' 고수 전공의 입장변화 여부가 관건
교육부가 각 대학이 의대생의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하게 함에 따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다소 커졌다.
의사 단체들이 '조건 없는 의대생 자율 휴학' 승인을 협의체 참여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번 정부 결정으로 협의체 구성을 막고 있던 '걸림돌'이 하나 사라진 셈이다.
협의체가 구성되면 의정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첫발을 뗄 수 있겠지만, 전공의들의 움직임을 쉽게 예상할 수 없어 본격적인 의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복귀 전제 휴학 승인' 없던 일로…의사단체 일제히 '환영'
교육부는 29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내년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자율 휴학 승인은 앞서 의사 단체 중 최초로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내건 선결 조건이다.
휴학을 승인하는 게 대규모 유급·제적에 따른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고, 오히려 의대생들이 마음을 돌려 2025학년도 복귀를 돕는 길이라는 점에서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자 의사단체들도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의대 학장 모임인 KAMC는 교육부 발표 직후 환영 자료를 내고 "휴학 기간에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상적으로 학업에 복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제라도 전공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복귀할 수 있게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소속인 고범석 교수는 "(휴학 자율 승인은) 학생도, 교수도 원했던 바라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협의체 구성 '파란불' 들어왔지만…의료 정상화까지 산 넘어 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의사 사회가 모처럼 평가함에 따라 그동안 꽁꽁 묶여있던 여야의정 협의체도 '출항'할 채비를 할 수 있게 됐다.
KAMC는 "휴학 승인이 이뤄짐에 따라 의료 현안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의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며 "교육의 당사자로서 학생과 교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고, 대학의 학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학회도 "협의체 참여를 두고 의료계 내 다양한 우려 목소리가 있음을 알고,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걱정도 이해한다"면서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붕괴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의협도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대한의학회, KAMC와 소통해 의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면서 대화 동참 여지를 남겨뒀다.
정부가 그동안 협상 대상자인 의사 단체들에 요구해온 '한목소리'도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의협 대의원회는 내달 10일 임시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과 현 집행부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한 시도 의사회 관계자는 "비대위가 출범하면 정부와 대화 등 의정갈등 해소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전공의들도 대화 참여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이며 학생과 의대 교수, 개원의도 하나 된 의견으로 정부와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의를 거쳐 의료 공백이 실제로 해소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율 휴학 승인'이라는 하나의 걸림돌이 해소됐을 뿐, 의료 정상화라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산 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정 갈등의 핵심 축인 전공의들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전공의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내년도 증원 백지화'라는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들은 정부 정책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갖는 터라 협의 참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직 전공의는 "휴학 승인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날치기 합의를 위해서 억지로 짜 맞춘 '약속 대련'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오진송 권지현 기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