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앞세워 경합주 미시간 공략…"트럼프, 中에 첨단반도체 팔아"

"복수 계획하는 트럼프 대신 여러분 위해 일하는 날 당선시켜달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주 새기노 소재 헴록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뒤 연설을 통해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얼마전 라디오 토크쇼에 나와 반도체법을 없애는 것에 말했다"면서 "그 법(반도체법)은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민간 부문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세액 공제를 만들었다"면서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트럼프)는 대통령이었을 때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팔았으며 그것은 중국이 군을 현대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그것은 미국 대통령의 두 가지 최우선 순위인 국가의 안보와 번영에 대한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내 경쟁자는 미국인으로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폄하하고 우리가 세계의 쓰레기통이라고 말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 국민은 8일 뒤에 가장 심각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가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질문"이라면서 자신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고졸 이하의 노동자들을 겨냥해 반도체법 투자 등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에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고숙련 일자리에 대학 학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날 미시간주 반도체 공장 방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상기시키고 반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외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을 비판하면서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 등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미국에서 만들지 않을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을 강제하겠다는 의미다.

해리스 부통령이 찾은 햄록반도체는 최근 상무부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모두 3억2천500만달러를 지원하는 예비 조건각서를 체결한 곳이다.

이 업체는 자체 투자 및 보조금을 통해 전자 및 태양광 패널을 위한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만들기 위한 새 공장을 미시간주에 건설할 계획이며 공장이 가동 되면 18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고 상무부는 지난 21일 보도자료에서 밝힌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주인 미시간에서 반도체지원법을 강조한 것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법 등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바이든+이코노믹스·바이든경제학)의 기반이 된 핵심 법안의 조치로 경합주 등에 상당한 투자와 지원 혜택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지원이 포함된 IRA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IRA를 완전히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유세 출발 전에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개최한 뉴욕 유세에서 소수인종 등에 대한 비하적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어젯밤 그가 한 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좀 더 평소보다 생생했을 수 있지만 똑같은 것을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서로 손가락질하고 증오와 분열의 연료에 부채질하는 데 일생을 보냈다"면서 "그것이 사람들이 그에게 지친 이유이며 사람들인 이제 정말로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이날 공개된 흑인인 새넌 샤프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흑인 남성 유권자를 겨냥해 "당신은 그가 당신을 저녁에 초청할 것 같으냐"고 반문한 뒤 "여러분이 도널드 트럼프 클럽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미시간주 앤아버에서는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유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지난 10년간 우리 정치를 규정해온 공포와 분열을 뒤로 넘길 기회가 우리 앞에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롭고 즐거운 앞길을 개척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세 참석자들에게 3개월 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누가 앉아 있을지 머릿속에 상상해보라면서 "자리에 앉아 적(enemy) 명단을 보면서 분노로 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이거나 여러분의 도움으로 당선된 내가 할 일 목록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여러분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에 참석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게 "우리 모두 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인질들을 구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난 그렇게 하기 위해 내 권한에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김동현 특파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