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시절 작성하던 주간 리포트 작성 포맷과 유사”
“K 실장 글 업계 영향력…C레벨(임원급)로 데려간 것”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매주 내부 회람 되는 ‘업계 동향 리뷰’ 문서 편파적”
하이브 내부 보고서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문건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관계자 전언이 나왔다. 전체 보고서 분량은 약 2000장으로 문건 전문이 공개될 경우 엔터 산업 전반에 던지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문건을 작성한 K 전 위버스매거진실장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관계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30일 스포츠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복수의 관계자는 “이번 문건을 작성한 K 실장이 과거 기자 시절 쓰던 주간리포트 포맷과 거의 유사하다”며 “취재원과 만난 얘기와 게시판 동향이 섞여 있다. 공개된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건은 전적으로 방 의장 의도에 맞게 작성됐다. K 실장을 잘 아는 관계자 A는 “내가 아는 방시혁은 게시판을 전부 다 뒤지는 사람이다. 업계 동향과 의견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라며 “K 실장이 X(구 트위터)를 비롯해 각종 팬덤 게시판을 탈탈 털고 그 얘기를 다 긁어서 보고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방 의장과 K 실장 인연은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JYP엔터테인먼트에 소속했다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설립한 2005년 전후 인연을 맺었다. 이후 K 실장은 매체 편집장을 하며 기획사 컨설팅도 도맡아 했다. 당시 편집장 일에는 소홀해 기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던 두 사람 관계는 방 의장이 하이브를 설립했고, 하이브 산하 위버스매거진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한 배를 타게됐다.
방 의장은 글 잘 쓰는 기자나 평론가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또 다른 관계자 B는 “그룹 앨범 발매 열흘 전에 음악평론가를 모아서 미리 음반을 들려주고 밥 먹이고 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그렇게 간 적이 있다. 누구 글이 좋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데려가서 써먹으려고 한 것”이라며 “K 실장 글이 업계에서 영향력이 있고 그러니까 C레벨(임원급)로 데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K 실장은 위버스매거진 편집장을 맡았지만 방 의장 등 임원이 보는 보고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관계자 A는 “방 의장 입장에서는 게임사 출신들이 많은 임원들이 엔터 업계 동향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언론이나 평론가보다 K 실장에게 억대 연봉을 지급하고 일을 시킨 거다. K 실장이 맡은 위버스매거진은 여러 가지 일 중에 하나였다. 두 사람은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고 진짜 끈끈한 사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이 입수한 문건에서는 외모 품평이나 무대 연습 등 부분들이 담겨 있다. K 실장과 친분이 있는 타 소속사 관계자 C는 “팩트가 아닌 내용이 너무 많다. 알고 지낸 사이지만 왜 이렇게 글을 썼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해당 리포트에 거론된 가수 소속사 임원 D는 “팬덤 모니터링은 다른 회사도 다 하겠지만 지금 노출된 내용과 같은 류의 모니터링 보고서라고 한다면 (깎아 내리려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다”며 “그렇게 편향된 의견만 가지고 어떻게 정확하게 아티스트 위치를 판단할 수 있겠나. 2000장이 넘는 모니터링 보고서에 다 그런 내용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이브는 케이팝에서 마켓쉐어가 50%가 넘는 회사다. 단순히 하나의 엔터사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며 “타 아티스트를 폄훼하면 그건 자연스럽게 자사 아티스트에 대한 폄하가 같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걸 자기네 것만 쏙 빼고 남들은 다 엉망진창인 것처럼 해놨다. 계속 이슈가 될 것 같은데 이게 경쟁사 문제가 아니다. 케이팝 전체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방관하고 있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에서 이런 리포트가 계속 작성될 때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표는 지난 4월 16일 하이브 경영진에 발송한 이메일에서 “위버스매거진 K 편집장으로부터 매주 내부 회람되는 ‘업계 동향 리뷰’ 문서에는 편파적이고 편향된 내용이 지속됐다. 어도어는 ‘수치나 지표와 같은 사실 기재가 필요하며 최소한의 객관성이라도 유지하라’고 이의제기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 전 대표는 “박지원 대표이사에게도 이의 제기를 했으나 ‘읽지 마라’, 김주영 CHRO(Chief Human Resources Officer·최고인사책임자)에게는 ‘한 개인의 의견으로 생각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객관성도 결여된 공신력 없는 개인의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 마치 대표성을 가진 듯 전사 임원들에게 배포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편향성이 너무 짙어 일종의 목적성을 띤 선전을 위해 배포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길 정도”라고 경고한 바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