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하루 전 명태균과 육성 통화 내용 두고 여야 충돌

與 "당선인 시절 이뤄진 사적 통화…공천 개입 아니다"

野, 尹-명태균 통화에 "헌정 질서 흔드는 위중한 사안"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 직전 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31일 야당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앞두고 여야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을 고리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번 통화 녹음 공개는 11월 정국에 격랑을 불러올 전망이다.

녹음 파일을 제보받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불법 공천 개입'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파상 공세를 예고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당선인 시절 공천 관련 보고 및 지시가 없었다'며 즉각 부인했고, 국민의힘도 둘 사이의 통화나 공천 과정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엄호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과 명 씨 사이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윤 대통령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 통화 다음 날 명 씨가 돕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실제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받아 당선됐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임을 증명하는 물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등을 입증할 물증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도 밀어붙일 태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에서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의 경우,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고 덧붙였다.

또 대통령실은 "당시 윤 당선인과 명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 입장에 보조를 맞춰 야당의 공세 차단에 주력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적인 신분에서 약속한 것도 아니고, 사적 대화의 일환이기에 특별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공천은 공관위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한다"며 "당 기여도, 대선 기여도, 경쟁력, 여성 가산점 등을 따져서 김영선 전 의원이 자연스럽게 됐을 것"이라고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윤 대통령과 명 씨와의 통화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내부 결론을 내렸다.

해당 통화는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라 윤 대통령은 '공무원의 당내경선 운동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단순히 공천 관련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한 것만으로는 선거법 위반이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반면 민주당 역시 이날 내부 법률검토를 거쳤으며, 여기서는 국민의힘과는 반대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을 보더라도 사실상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당선인이 공무원이 아니라는 여당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최평천 곽민서 기자 ge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