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서는 유족들 눈물바다…"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초등학교 1학년생이 후진하는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31일 사고 현장인 광주 북구 신용동 한 아파트 단지 내에는 A양을 추모하기 위한 또래 친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날 밤부터 마련된 추모 공간에 국화와 간식이 한가득 놓여 있었고, 학생들은 초콜릿, 젤리 등을 손에 들고 추모공간을 찾아 바닥에 쌓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다가 추모 공간 앞에서 멈춰 기도하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안타깝게 숨진 A양을 위해 직접 국화를 사서 헌화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A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김모(10) 군은 딸기 맛 사탕을 바닥에 둔 채 한참을 바라보더니 "안쓰러워"라고 친구에게 속삭였다.
이날 오후 2시께 추모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게시판이 생기자 아이들은 하나둘 모여 "친구야 아프지 마", "다음 생엔 꼭 돌아와 줘" 등 A양을 애도하는 메모를 남겼다.
아파트 주민인 하모(43) 씨는 "내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마음이 미어진다"며 "안타까운 사고였던 만큼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같은 날 광주 서구 한 장례식장 빈소 입구에는 A양이 다녔던 초등학교부터 곳곳에서 보낸 근조화환과 오열하는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눈물을 거두다가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하염없이 A양의 영정을 바라보기만 했다.
전날 오후 1시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A양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곧 도착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서 모녀의 마지막 인사가 돼 버릴 줄 상상도 하지 못한 비극이 곧바로 초래됐다.
A 양은 엄마와 통화 후 30여분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엄마가 심지어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도 A양은 받지 못했다.
엄마는 A양을 찾으러 집 밖을 나섰고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재활용품 수거 차량 밑에서 A양의 신발과 책가방을 발견했다.
차량에 치였다는 소식을 듣고 딸의 얼굴이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만류할 정도로 처참한 사고였다.
A양의 이모 김민정 씨는 "늦둥이라 정말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며 "춤을 좋아해서 주말에 엄마랑 뮤지컬을 보러 간다고 엄청나게 기대했었는데 그 착한 아이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유족들은 "안전 수칙만 지켰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A양은 전날 오후 1시 20분께 광주 북구 신용동 한 아파트 단지를 걷던 중 후진하는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 직전 운전자는 후방 카메라 대신 사이드미러를 봐 A양이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고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 1명만 탑승하고 있었으며, 수사 초기 후진 차량에서는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알려졌으나 경보음 장치는 설치돼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 영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