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 시간 위반' 잡음에 당국 신고 후 트럼프 광고…균형 맞춰

미국 NBC 방송이 2일(현지시간) 밤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깜짝 출연시킨 데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NBC는 이에 해리스 출연에 관해 FCC에 신고서를 제출하는 한편 다음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상메시지 광고를 방영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NBC는 2일 밤 11시 30분께부터 방영된 SNL에 해리스 부통령을 출연시켰다.

해리스 출연 직전에 마야 루돌프가 해리스로, 제임스 오스틴 존슨이 트럼프로, 짐 개피건이 민주당 부통령후보 팀 월즈로, 앤디 샘버그가 해리스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로, 데이나 카비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으로 각각 분장해서 나왔다.

코미디언들이 이 부분 연기를 끝낸 후 루돌프가 지지자들을 방에서 내보내고 거울 앞에 앉는 장면이 나왔고, 거울 속의 모습으로 진짜 해리스 본인이 출연했다.

당시 해리스의 출연 분량은 약 1분 30초였다.

대선 사흘 전에 이뤄진 해리스 부통령의 SNL 첫 출연은 젊은 층에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득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해리스의 출연 계획이 2일 알려지자 트럼프 선거운동본부는 즉각 반발하면서 "(해리스가) 엘리트주의자 친구들과 코스프레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방송통신정책 기구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은 2일 본인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해리스 부통령의 SNL 출연을 "FCC의 '동등 시간'(Equal Time) 규정을 회피하려는 명확하고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인 카 위원은 "이 규정의 목적이 바로 이런 식의 편향된 정파적 행동, 즉 공중파를 이용하는 허가된 방송사업자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법령 위반이 되지 않으려면 '자격을 갖춘 다른 선거운동본부'에도 '동등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통신법은 미국 라디오 혹은 TV 방송사들이 경쟁 관계의 정치적 후보들에게 동등한 접근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법령이나 판례상 예외도 규정돼 있다.

FCC의 동등 시간 가이드라인은 경쟁하는 후보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시간과 출연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반드시 똑같은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NBC는 해리스의 SNL 출연 다음날인 3일 FCC에 해리스의 출연 사실을 알리는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해리스의 출연이 대가 청구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NBC는 이어 3일 나스카(NASCAR) 자동차경주 플레이오프 경기 방영 직후와 '선데이 나이트 풋볼' 경기중계 종료 후에 유료 선거광고가 끝난 뒤 등 2차례에 걸쳐 트럼프의 영상 메시지 광고를 내보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슬로건이 적힌 빨간 야구모자를 쓴 트럼프는 이 메시지에서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미국이 불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이 광고는 60초짜리였던 까닭에 트럼프는 도합 120초의 출연시간을 무료로 받은 셈이다.

이런 방영시간대 지정이 트럼프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인지 NBC가 제안한 것인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고 미국 정치매체 더힐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