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트럼프 지지해도 부인엔 '소신 투표' 권유…손글씨 남겨 '속삭이는 유세'

트럼프측 "부인이 남편의 인질인 것처럼 호도…'미국 가족의 몰락'을 보여줘" 비판

"기억해! 너의 한표는 너만의 것이야. 해리스 찍어도 아무도 모를거야."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초박빙으로 이어지면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여자 화장실과 미용실 등에서는 이같이 손글씨로 쓴 포스트잇이 번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벽에 붙은 쪽지는 제각각 글씨체도, 문구도 다르지만 하려는 말은 하나다. "당신이 누구를 찍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WP가 소개한 쪽지에는 "기표대에 들어가는 사람은 당신 혼자입니다" "당신이 누구를 찍었는지 남친이나 남편은 알 필요가 없습니다" "투표는 개인적인 일입니다"라고 적혀있으며, 오하이오주 공항의 여자 화장실 거울, 노스캐롤라이나주 미용실 문앞 등에서 발견됐다.

이처럼 여성이 여성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 운동이 맨 처음 어디서 시작됐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풀뿌리 단체 '해리스-월즈를 지지하는 여성들'(Women for Harris-Walz)은 몇달 전부터 회원들이 이같은 쪽지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기혼 백인 여성을 상대로 설사 남편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압박하더라도 소신껏 해리스를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선거 영상도 등장했다.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는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목소리로 출연해 남편을 포함한 다른 누구도 기혼 여성의 투표를 모를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에서는 이같은 문구가 기혼 여성이 거짓말을 하도록 부추기며, 마치 부인이 남편의 '인질'인 것처럼 호도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단체인 '터닝포인트 USA' 대표인 찰리 커크는 "미국 가족의 몰락"을 보여준다고도 말했다.

통계상으로는 미 여성 유권자 중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그와 다른 후보를 찍은 비율은 8명 중 1명꼴인 것으로 지난주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는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도 비슷한 비율이다.

다만 실제에서는 남편에게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숨기는 여성이 적지 않으며, 심지어 일부 기혼 여성은 누구를 찍었는지 남편이 알아낼까봐 걱정어린 질문을 한다는 게 '해리스-월즈를 지지하는 여성들' 측 전언이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여자화장실 포스트잇을 포함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경로로 알리고 있으며, 특히 "당신의 투표는 비밀이 보장된다"고 설명한 게시글은 조회수가 900만회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