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들 아빠로 살겠습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42)가 선수로서 마지막을 고했다. 쉼 없이 달렸다. ‘야구에 진심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감독 추신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SSG는 7일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추신수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빅리그 16시즌, KBO리그 4시즌을 소화한 ‘대선수’다. 한국과 미국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을 알렸다.

10월말 어깨 수술을 받은 추신수는 이날 보조기를 차고 들어섰다. 현장에는 후배 김광현과 최정이 참석해 꽃다발을 건넸다.

김광현은 “내가 미국에서 돌아올 때 가장 많이 설득한 사람이 (추)신수 형이다. 제2의 인생 응원하겠다”고 했다. 최정은 “대선수와 함 팀에서 뛰어 행운이다. 영광스럽다. 나중에 내가 은퇴할 때 꽃다발 주러 오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날 추신수는 “안녕하세요. 야구선수에서 일반인으로 변신한, 전 야구선수 추신수입니다”며 “팬분들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미국 있을 때 밤잠 설치면서 경기 봐주시고, 멀리서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국 돌아와서도 기대치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추억이다. 한국야구에 대해 배운 시간이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선정한 ‘야구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 톱5도 설명했다.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텍사스 후보 선정 ▲MLB 아시아인 최초 20-20 달성 ▲MLB 아시아인 최초 사이클링 히트 ▲MLB 아시아인 최장 및 텍사스 최초 52경기 연속 출루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꼽았다.

이후 추신수는 “냉정하게 추신수라는 선수를 평가하면, 무언가 하나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다. 5툴이라고 하면, 다섯 가지 모두 평균 이상은 할 수 있는 선수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저 선수는 야구에 진심이구나. 목숨 걸고 했구나’ 라는 말이다. 그러면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올시즌 마지막 타석도 돌아봤다. “감정이 북받친 것은 사실이다. 많이 참았다. 텍사스 시절 코로나 때문에 팬들께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인천팬들에게 인사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했다. 타석에서 선수생활이 정말 빠르게 머릿속에 지나가더라”고 짚었다.

제2의 야구인생은 아직 조심스럽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여러 생각이 있고, 제안도 들어온다. 무엇이 됐든 잘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충분히 준비가 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 이르다. 휴식기를 갖고,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감독 추신수’에 대해서도 “잘할 수 있을까요”라며 웃은 후 “많은 짐을 져야 하는 자리다. 모든 부분에서 평가받는다. 쉬운 자리가 아니고, 쉽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제안이 와도 내가 안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지금은 쉬면서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려 한다. KBO리그 4년 뛰면서 보고 느낀 게 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선진야구를 할 수 있는지 고민은 하겠다.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정말 기량 좋은 선수가 많다. 놀라웠고, 감탄했다. 대신 그 자리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 위협하는 선수가 있다. 밑에 있는 선수들은 뺏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선수 개인이 나아지는 길이고, 한국야구가 나아지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추신수는 “후회는 없다. 이제 스트레스도 없다. 행복한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제 아이들의 아빠로 살겠다. 내가 한국에서 뛰고, 와이프도 미국과 한국을 오갔다. 아이들은 부모 없이 살았다. 아이들이 야구선수로 뛰는데 5~6년간 못 봤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순간 큰아이가 대학생, 둘째가 고등학생이다. 이제 아빠 역할을 하고 싶다. 1년은 아이들 야구 보면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경원재앰배서더호텔=김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