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최악은 면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WBC)에 출전한 김인식호가 9일 고척돔에서 벌어진 1라운드 A조 마지막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기어코 1승을 거두며 2021년 대회 본선 자동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만약 대만에 패해 조 최하위가 확정됐다면 다음 대회 때는 험난한 예선을 거쳐야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체면치레는 한 셈이지만 한국 야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졸전이었다. 모처럼 폭발한 타선의 지원으로 넉넉한 리드를 안고 출발했지만 대만의 끈질진 투혼에 마운드가 무너져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연장 10회초 양의지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고 김태균의 대타 홈런으로 2점을 보태 11-8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한국 타선은 2회 5점을 뽑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대만 투수가 천관위에서 궈진린으로, 궈진린에서 판웨이룬으로 두번이나 바뀌었지만 불붙은 한국 타선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4회에는 이번 대회 들어 단 1안타만 기록했던 이대호까지 적시 2루타를 쳐 선발 전원이 안타를 기록하며 2점을 추가했다. 타선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해준 것.
박석민 이대호 손아섭에 연장 10회 대타로 나선 김태균의 투런홈런까지 대회 내내 빈타에 허덕이던 중심타선도 이날은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폭발력이 좀더 일찍 나와줬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는 순간이었다.
반면, 투수진은 끝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회 초 한국 타선이 5점을 뽑자 2회 말 곧바로 3점을 내줬다. 4회 초 다시 2점을 도망가자 4회 말에도 홈런까지 내주며 2실점해 타자들의 힘을 빠지게 했다. 대만은 6회와 7회에도 1점씩을 추가해 동점을 만들었다. 그나마 오승환만이 2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