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4)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LPGA 투어 첫 우승을 세계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역전우승으로 일궈냈다.
박성현은 16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32야드)에서 벌어진 72회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6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이번 대회서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킨 대한민국 국가대표 최혜진(18)을 2타 차로 제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역대 여자골프대회 사상 최고액인 90만 달러.
코리안 시스터스가 이 대회서 우승한 것은 1998년 박세리 이후 9번째이고 트로피 수는 10개째다.
50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혜진은 마지막 라운드서 중간한때 선두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1언더파 71타를 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2년 연속 이 대회 베스트 아마의 영광을 차지했다.
3타 차 단독 4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박성현은 전반에만 2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12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합류한 박성현은 15번 홀(파5)에서 15피트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박성현은 가장 어렵다는 17번 홀(파4)에서 추격자들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두 번째샷을 핀 5피트 10인치 지점에 떨궈 버디로 연결하면서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박성현은 18번 홀(파5)에서 위세 번째샷이 홀을 훌쩍 넘어갔지만 어프로치를 1피트 거리에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성현은 "아직도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우승하게 돼 기쁘다"며 "1, 2라운드에서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잘 될거라는 믿음을 갖고 플레이한 게 3, 4라운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무엇 보다도 캐디의 도움이 컸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홀 위기 상황에 대해 "캐디가 평상시 연습하듯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캐디의 말대로 했더니 결과가 좋았다. 나도 놀랬다"고 말했다.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에 도전했던 최혜진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5번 홀(파5)에서 8피트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공동 선두로 합류했을 때만 해도 대기록 수립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하지만 16번 홀(파3)에서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됐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해저드로 들어가 더블보기를 범한 것.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으나 이미 대세는 기운 상태였다. 16번 홀만 아니었더라면 리디아 고(20)가 보유하고 있던 메이저대회 최연소 신기록(18년 4개월)과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을 동시에 갈아 치울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사흘 내내 단독 선두에 자리하며 1977년 대회 이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기대됐던 펑산산은 동반자인 최혜진에게 시종일관 끌려 다니는 플레이 끝에 3타를 잃고 공동 5위(합계 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마지막홀 트리플 보기가 뼈아팠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공동 3위(합계 7언더파 281타)에 입상하면서 1인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허미정(28)도 이날 4타를 줄여 자신의 US여자오픈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21)은 첫 출전에서 공동 5위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김세영(24), 이미림(27), 양희영(28)이 공동 8위(합계 5언더파 283타)에 입상하는 등 이번 대회 '톱10'에 8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하므로써 그야말로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한편 마지막 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김없이 대회장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5번 홀 그린 주변에 마련된 전용 관람석에서 박성현의 우승이 확정되자 기립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그러나 따로 박성현을 만나지는 않고 바로 골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