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영화감독 김기덕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배우 A씨 측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덕 감독의 폭행사실을 폭로했다. A씨 대신 법률대리인 서혜진 변호사가 기자회견에 나섰고, 영화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영화계 및 여성계 법조인들이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여 문제를 제기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배우의 감정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이는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라고 주장했다. “본 사건은 단순히 한 명의 영화감독과 한 명의 여성배우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영화 촬영 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이라면서 “수많은 영화 스태프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고 폭언과 모욕,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대 배우의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뜨려 피해를 입은 여성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라고 당시 사건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해자들의 이름만 바뀔 뿐 끝도 없이 반복돼온 영화업계의 폭력적인 노동환경 등 뿌리 깊은 인권침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A씨가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감독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김기덕 감독을 검찰에 고소, 논란이 불거지자 김기덕 감독 측은 “연기 시범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이것도 약 4년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또, 폭력 부분 외에 시나리오 상의 있는 장면을 연출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계속해서 문제의 본질인 영화촬영현장에서 감독에 의해 자행되는 폭행과 강요 등의 행동이 가지고 오고 있는 배우 및 영화인들의 인권침해가 아니라 A씨가 누구인지, 왜 4년이나 지난 시점에 고소를 진행하는지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영화계 내 ‘연출’이나 ‘연기’ 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한다. 폭력을 ‘연출’하는 것을 멈춰야한다”면서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잡아 영화인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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