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어떻게 될지…할 수 있는 일 하면서 기다리겠다
    거리 다니기 두렵기도 하지만 팬들 응원받던 시절 그리워
    이번 주 도미니카로 출국…야구에만 집중하며 잘하고 싶다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강정호는 19일 연합뉴스와 광주에서 만나 지난해 말 음주운전 사고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고통스러웠던 심정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2016년 12월 음주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것이 문제가 돼 미국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8시즌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비자 문제와 싸늘한 여론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다시 배트와 글러브를 잡는다. 강정호는 곧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나 도미니칸리그에서 뛴다. "강정호가 꼭 필요하다"는 피츠버그 구단이 주선한 자리다.

 다음은 강정호와 일문일답.

-어떻게 지내고 있나.
▲매일 오전 8시 30분∼9시 사이에 일어나서 함평으로 이동해 훈련한다. 오후 3시쯤 광주로 돌아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오후 5시쯤 훈련이 끝난다. 틈틈이 리틀야구단과 독립리그팀(저니맨 야구단)에 가 함께 훈련했다. 나름 바쁘게 지냈다.
-야구를 시작하고서 가장 오랜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다들 열심히 경기하고 있는데, 나는 훈련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내가 큰 잘못을 했으니….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피츠버그 경기를 많이 봤다. KBO리그 경기도 자주 봤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는 꼭 필요한 선수'라고 꾸준히 밝힌다. 올해 팀 성적도 좋지 않다.
▲구단에서 계속 도와주고 있다. 만약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올해 뛰었다고 해도 성적이 얼마나 좋아졌겠나. 하지만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동료와 함께 있는 게 차라리 낫다. 구단과 동료, 팬들께 모두 죄송하다.
-피츠버그 동료, 감독과 연락은 자주 하나.
▲앤드루 매커천은 한국말로 '빨리 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프란시스코 세르벨리, 스털링 마르테 등도 자주 연락을 준다. 클린트 허들 감독님과는 가끔 통화도 한다. '힘내라'고 위로해주신다. 구단에서 보내 준 피칭 머신을 잘 활용했다. 이제 도미니칸리그에서 뛰게 되니, 이 피칭 머신을 사들여 모교에 기증할 생각이다.
-도미니칸리그에서 뛰게 된 것도 선수 자신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구단에서 주선해주셨다.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16년 10월 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이후) 1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실전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경기를 치르는 두려움은 없다. 야구장에선 정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년을 쉰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훈련은 열심히 했다. 정말 잘하고 싶다.
-비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 내년 시즌에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일으킨 음주 사고로 팬들의 실망감이 컸다. 앞서 두 차례 더 음주 단속에 걸린 것도 팬들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다신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 많은 생각을 하며 깊이 반성했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내 말이 비판받는 것도 이해한다. 야구를 떠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 말을 했을 때는 당연히 미국에 갈 줄 알았다. 생각이 깊지 못했다. 반성하고 있다.
-리틀야구, 독립리그 팀에 재능기부도 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내 상황이 이러니, 창피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가니까 학생들이 반겨줬다.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무슨 일을 했나'라는 생각도 했다. '이제부터라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2015, 2016년처럼 할 수 있을까.
▲몸은 정말 좋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릎 통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수비 훈련도 강도 높게 했다. 훈련 영상을 피츠버그 구단으로 보내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면 1년 공백의 부담은 있겠지만, 첫해보다는 나을 것 같다. 그때보다는 미국 생활이 어떤 건지 아니까, 조금 편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