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이 땅볼 유도형 투수로 변신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 '신무기'로 떠오른 투심패스트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류현진은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캐멀백랜치에서 캠프 시작 후 세 번째 불펜피칭을 했다. 45개를 던졌고 투심을 집중 점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팔 스윙이 빨라졌다는 인상을 줘 "어깨 상태가 좋다"던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 있다. 포심처럼 빠르게 날아오다 타자 몸쪽(좌타자 기준)으로 예리하게 꺾이며 떨어지는 투심은 구속이 상대적으로 느린 대신 타이밍과 배트 중심을 동시에 빼앗는 효과적인 구종이다. 이미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 컷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을 가진 류현진 입장에서는 진정한 '팔색조'로 거듭날 회심의 무기가 되는 셈이다.

류현진은 이미 다양한 구종에 안정된 제구, 노련한 경기운용 능력 등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손색없는 기량을 갖췄다. 그런 그가 왜 굳이 새 구종 장착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류현진은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수록 투수가 유리하다.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타이밍, 수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으면 타자도 볼 카운트에 따라 다양한 대응법을 만들어야 한다. 속도를 늦추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류현진이라면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원 타이밍 스윙'으로 맞서기도 어렵다. 투수에게 구종은 말 그대로 다다익선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류현진은 지난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한 이후 지난해 가장 많은 홈런을 허용했다. 첫 해 192이닝을 던지면서 15개를 맞았는데 지난해에는 126.2이닝 동안 22개를 허용했다. 어깨관절와순 수술을 받고 2년 간 재활에 매진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구속이 다소 느려졌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30대로 접어들어 150㎞를 웃도는 강력한 구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회전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힘과 힘의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낮다면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포심과 가장 비슷해 보이면서 땅볼을 유도하기 좋은 투심이야 말로 지금의 류현진에게 가장 필요한 구종이라고 볼 수 있다.

LA다저스는 2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내달 27일 LA 에인절스전까지 총 33차례 시범경기(더블스쿼드 포함)를 치른다. 단순 5일 로테이션으로 환산해도 6차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전감각과 이닝수를 늘려가면서 기존 구종에 투심까지 두루 점검할 시간이 충분하다. '몬스터 시즌'을 예고한 류현진이 빅리그 롱런 가능성 타진에 돌입한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