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묘하다. 한 솥밥을 먹을 줄 알았던 친구가 앙숙으로 만난다.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이 무산된 오승환(36)이 라이벌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둥지를 틀었다. 텍사스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와 토론토 외야수 호세 바티스타의 화끈한 육탄전 이후 서로 물러서지 않는 앙숙이 된 팀에서 오승환과 추신수가 만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승환 역시 몸값을 떨어뜨린 텍사스가 좋을리 없어 두 팀의 맞대결마다 큰 화제를 불러 모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26일 플로리다주 더네딘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다. 팔꿈치 내측인대 염증을 핑계삼아 계약직전 몸값을 깎으려던 텍사스와 달리 토론토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계약을 추진했다. 1년 보장에 구단 옵션 1년이 포함된 1+1에 총액 750만 달러(2018년 연봉 200만달러, 2019년 250만 달러, 옵션 각 150만 달러)에 도장을 찍어 4개를 남겨둔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도전을 빅리그에서 이어갈 기회를 얻었다. 한국과 일본, 미국과 캐나다에서 빅리거로 활약하는 첫 번째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작고한 최동원과 선동열 등 수 많은 투수와 연문만 뿌린 토론토에 공식 입성하는 첫 번째 선수로도 기록된다.

세인트루이스보다 한인 교포가 많다는 점은 반갑다. 오승환도 "교민이 12만 명 정도 계신다고 들었다. 벌써 교민들의 응원이 기대된다. 그 응원에 걸맞도록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단이 내 경력을 존중해줬고 협상 과정에서도 나를 꼭 필요로한다는 진정성을 보였다. 빨리 합류해 팀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텍사스와 협상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 7일 오승환은 "토론토가 나에게 영입제안을 할줄 몰랐다"며 반색했다. 전통의 강호이기도 하고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한 팀이다. 뉴욕양키스, 보스턴, 탬파베이, 볼티모어 등으로 구성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라 사실상 '죽음의 조'로 불리는 리그라 활약여부에 따라 '끝판왕'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친구와 함께 뛰기를 바랐던 추신수도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했다.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추신수는 "어제 (오)승환이한테 '플로리다로 간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느낌적으로 '토론토에 입단하겠구나' 싶었다. 좋은 조건에 새 팀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축하할 일이다. 함께 뛰고 싶었고 우리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맞붙었을 때에도 그렇고 (오)승환이는 구위 자체로는 이미 검증된 선수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훨씬 생활하기 편할 것이다. 다만 홈 구장이 캐나다에 있기 때문에 매번 입국심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동하는 게 이 전과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잘 적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팀이 앙숙관계라 이기려는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추신수는 "팀으로만 토론토를 보면 기억이 안좋은 팀이다. 오도어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토론토에게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텍사스 선수들의 의지가 강하면 오승환과 추신수의 맞대결을 만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오승환을 마운드에 세우고 싶어하는 토론토 선수들의 의지가 강하면 두 팀의 라이벌전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토론토는 홈 7연전을 치른 뒤 4월 6일부터 텍사스 원정 3연전을 갖는다.

서프라이즈 |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