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방패가 역시 강했다. 막강한 수비를 앞세운 덴버 브롱코스가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창을 무력화시키며 빈스 롬바르디아 트로피를 차지했다.
덴버는 7일 산타 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50회 슈퍼볼에서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최강의 수비를 앞세워 캐롤라이나를 24-10으로 무너뜨렸다.
이로써 덴버는 2년 전 시애틀 시혹스에 패해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지난 1998년, 1999년에 이어 17년 만에 세 번째 슈퍼볼 정상에 우뚝 섰다.
덴버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40)은 자신의 고별전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슈퍼볼에서 전성기 기량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시절이던 2007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정규리그에서 다섯 차례나 MVP에 오르고도 슈퍼볼 MVP는 1회에 그칠 정도로 플레이오프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던 매닝은 그 징크스마저 털어냈다.
반면, 올 시즌 슈퍼볼 전까지 단 1패밖에 안하며 최강의 전력을 선보였던 캐롤라이나는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슈퍼볼 무대를 밟았으나 덴버의 강력한 수비에 질식,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캐롤라이나의 쿼터백 캠 뉴튼은 팀 우승과 함께 슈퍼볼 통산 두 번째 흑인 쿼터백을 내심 노렸지만 경기초반 패스미스에다 덴버의 강력한 수비에 수차례 색을 당하며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매 경기 초반부터 거센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며 상대를 압도했던 캐롤라이나였지만 큰경기여서 그랬는지 초반 덴버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했다. 특히 뉴튼은 이날 6차례나 색을 당했고, 그 여파는 패싱으로 이어져 이날 41차례의 패스 시도 중 정확하게 연결된 것은 18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인터셉트도 1개가 있었다.
매닝 역시 이날 뉴튼과 마찬가지로 터치다운 패스를 1개도 연결시키지 못했고, 인터셉트를 1번 당했으며 색도 5차례나 기록했지만 그래도 관록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필드골로 3-0, 앞서나간 덴버는 1쿼터 종료 6분 34초를 앞두고 라인배커  본 밀러가 엔드존 부근에서 뉴튼을 밀어치며 공을 떨어뜨리게 한 뒤 말릭 잭슨이 펌블 리턴 터치다운에 성공하며 10-0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올 시즌 캐롤라이나는 단 한 번도 리드를 당해본 적이 없었을 만큼 초반부터 강공을 펼쳐왔는데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10점이나 뒤지는 상황이 됐으니 살짝 흔들릴 만도 했다.
캐롤라이나는 2쿼터 시작과 함께 조너단 스튜어트가 엔드존 바로 앞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1야드 러닝 터치다운에 성공, 7점을 만회했지만 바로 상대 펀트 리터너인 조던 노르우드에게 슈퍼볼 역사상 최장인 61야드 펀트 리턴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덴버는 맥매너스의 30야드 필드골로 3점을 보태고 전반전을 13-7로 앞선 채 마쳤다.
캐롤라이나는 3쿼터 초반 뉴튼의 장거리 패스로 필드골 기회를 마련했지만 키커 그래험 가노의 44야드 필드골이 오른쪽 폴대 맨 꼭대기를 맞고 튕겨나가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덴버는 브랜든 맥매너스가 또 한 번 30야드 필드골에 성공하면서 점수 차를 9점으로 벌렸다.
캐롤라이나는 4쿼터 종료 10분 21초를 앞두고 키커 가노가 39야드짜리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추격에 불을 당기는 듯했다. 하지만 덴버는 4쿼터 종료 4분여를 남겨두고 상대 엔드존 16야드 앞에서 뉴튼이 패스하려는 순간 밀러가 또다시 손을 쳐 펌블을 유도했고, 공격권을 잡은 덴버는 3분8초를 남기고 C.J. 앤더슨이 2야드 러닝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여기에 매닝은 2점 컨버전 공격에서 베니 파울러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