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올 여름 유럽 정상급 두 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축구대표팀이 모처럼 진정한 실력을 평가받을 장을 마련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표팀이 오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이어지는 A매치데이에 스페인 및 체코와 평가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이 유력한 상대로 떠올랐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 원정 평가전이다. 스페인과는 오스트리아에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와는 체코 홈에 들어가서 붙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강력한 의지와 축구협회 전략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번 2연전이 성사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1월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원정 경기 뒤 “내년 6월엔 유럽에 들어가서 친선경기를 하고 싶다. 강한 팀과 붙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휴가를 마치고 귀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강호들과의 맞대결을 반기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전했다. 그는 17일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 국가와의 경기는 당연히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축구협회에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치가 성사가 되길 기대한다. 언급된 팀들과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TV중계권과 마케팅 등에서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월드컵 예선 기간임을 고려해 유럽 원정 2연전에만 집중되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 6연승을 거둬 이미 최종예선행이 확정됐지만 3월에 레바논, 쿠웨이트와의 2차예선 홈 2연전이 남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항상 어느 경기든 중요하다. 하지만 6월 A매치에 앞서 3월에는 2경기가 남아았다. 미리 6월 경기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당장 눈 앞에 있는 3월 2연전만 생각하고, 상대를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스페인은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등 3차례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한 전통의 강호다. 양국은 총 5차례 A매치를 치렀는데 처음 3번은 모두 월드컵 본선에서의 격돌이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1-3으로 완패했던 한국은 4년 뒤 미국 월드컵에서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속골에 힘입어 2-2로 비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선 승부차기 끝에 이겨 4강 진출 제물로 삼았다. 이후엔 평가전을 통해 두 번 대결했다. 2010년 6월3일 대결에선 선전 끝에 0-1로 패했다. 2012년 5월30일 격돌에선 1-4로 완패했으나 김두현이 그림 같은 중거리포를 터트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과의 두 차례 평가전 뒤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 본선에 임한 스페인은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스페인전 뒤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오르고, ‘최강희호’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연승을 챙기는 등 기분 좋은 추억을 담았다.

FIFA 랭킹 25위 체코와는 2001년 8월15일 이후 무려 15년 만에 만나게 됐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적지에서 0-5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었고, 이 때부터 히딩크 감독에겐 ‘오대영’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체코전 패배는 쓴 보약이기도 했다. 이후부터 대표팀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상승세를 탔다. 이듬 해 6월 한·일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랐다. 

스페인과 체코는 유로 2016에서 C조에 함께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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