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3월의 새벽을 기분좋게 열어젖힌다.

메이저리그(ML)가 3월2일(한국시간)부터 시범경기에 돌입함에 따라 실전에 나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L 시범경기는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지가 집결된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 진행되는데 대부분 낮경기라 한국시간으로는 새벽시간에 벌어진다. 특히 올 시즌에는 미네소타의 박병호, 볼티모어의 김현수 등 국내 프로야구에서 ML로 직행한 선수들과 일본을 거쳐 ML에 입성한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 시애틀의 이대호 등이 가세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한국의 야구 팬들이 새벽잠을 설치기에 충분하다.

류현진이 뛰고 있는 LA 다저스와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 이대호가 둥지를 튼 시애틀 등은 애리조나에서 벌어지는 캑터스 리그에 포함돼 있다. 캑터스리그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입지를 다진 뒤 ML 승격을 노리고 있는 LA 에인절스의 최지만과 샌프란시스코의 이학주까지 가세했다. 지난 해 강정호 홀로 구군분투했던 플로리다의 그레이프프루트 리그에는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등이 가세해 한국인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최대 9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ML 시범경기에서 뛰는 것이다. 지금까지 ML 시범경기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05년으로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백차승, 최희섭, 추신수, 구대성 등 8명이 참가했던 2005년이었는데 그 기록을 11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게다가 같은 팀에 소속된 선수가 하나도 없어 한국인 선수들이 ML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맞대결의 서막은 ML 선후배 대결로 진행된다. 5일 오전 3시5분 피츠버그의 홈인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 강정호와 박병호가 맞붙는다. 둘은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지금까지는 박병호가 형이었지만 ML 무대에서는 1년 먼저 건너와 적응기를 끝낸 강정호가 선배다. 박병호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의 배려 속에 선발 출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해 무릎 수술을 받은 뒤 막바지 재활에 열중하고 있는 강정호는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이어 오전 5시5분에는 텍사스와 LA 다저스가 맞닥뜨린다. 재활중인 류현진 역시 이날 경기에 등판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류현진은 팀 복귀 시기를 5월로 잡고 있어 시범경기 내내 재활에 매달릴 예정이지만 시범경기 막바지께 출전이 가능한 강정호는 3월27일과 29일 미네소타전에서 박병호와, 3월 28일 볼티모어전에서는 김현수와 타격 솜씨를 겨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한국인 선수들끼리 상대하는 첫 경기는 6일 오전 3시5분 미네소타의 홈인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에서 벌어지는 볼티모어-미네소타전이다. 김현수와 박병호는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볼티모어의 홈인 새러소타와 포트마이어스를 오가며 모두 6차례 방망이 맞대결을 펼친다. 초등학교 시절 추신수의 손에 이끌려 처음 야구를 하게된 이대호는 운명처럼 추신수와 ML에서 다시 만난다. 3월7일 오전 5시5분 이대호가 텍사스의 홈인 서프라이즈를 방문하고 19일 오전 6시10분에는 홈구장인 피오리아로 추신수를 불러들인다. 후배들이 당당하게 ML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 들어간 반면 이대호는 초청선수 신분이라 ML 진출을 위해서는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아쉬운 점도 있다. 다저스의 류현진은 시범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을 것이고, 세인트루이스와 한국 선수들이 소속된 팀들의 경기는 9일과 15일 벌어지는 두 차례의 미네소타전 뿐이다. 박병호가 두 경기에 모두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중간계투 요원인 오승환이 투입될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설령 오승환이 등판한다고 하더라도 박병호와 맞대결을 펼친다는 보장이 없어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한국선수들 간의 투타 맞대결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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