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에는 성공했다.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있다. 보란듯 재기해 '코리언 몬스터'의 위용을 메이저리그에 드높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건강을 회복해 밝은 표정으로 스프링캠프를 준비 중인 류현진(31.LA 다저스) 앞에 장밋빛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LA로 떠났다. 지난 5일 백년가약을 맺은 MBC스포츠+ 배지현 아나운서도 동행했다. 류현진은 "결혼을 해서 더 잘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 그래도 집에 가면 챙겨줄 아내가 있기 때문에 훨씬 편하게 시즌을 치르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신혼의 달콤함이 류현진의 첫 번째 '장밋빛 시그널'이다. 부친 류재천 씨도 "현진이가 결혼해 너무너무 좋다. 며느리가 그렇게 잘한다. 밝고 싹싹해서 우리 부부에게 현진이가 뒤로 밀렸다"며 껄껄 웃었다. 출국장에서도 아들이 아닌 며느리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란 말을 실천으로 보여줬다. 가정이 화목하면 자신의 일에 더욱 집중하기 마련이다. 류현진은 "아프지만 않다면 다 잘 될 것 같다"며 싱글벙글했다.

두 번째 장밋빛 시그널은 생각보다 생존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것이라는 팀 분위기다. 파한 자이디 단장은 2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팬 페스트에 참석해 "대형 FA 투수를 영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팀을 위해 뛰었던 다섯 명의 선발투수들로 개막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절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포함해 리치 힐과 알렉스 우드, 마에다 겐타가 류현진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왼손 선발이 네 명이라 트레이드 등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스프링캠프를 앞둔 구단은 일단 5인 로테이션을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때 좋은 모습을 보이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근거가 있다. 재활시즌에 컷 패스트볼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한 류현진은 올해 투심 패스트볼을 가다듬겠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로 롱런하려면 진짜 포 피치 투수로 거듭나야 한다. 빅리그에서 말하는 '포-피치 투수'는 릴리스포인트에서 포수 미트까지 똑바로 날아드는 포심 패스트볼을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휘는 컷 패스트볼(슬라이더), 몸쪽으로 휘는 투심 패스트볼(싱커), 떨어지는 체인지업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 입장에서는 모두 빠른 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정타를 때리기가 어렵다. 류현진은 이미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를 수준급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체인지업의 위력을 배가할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면 팔색조 매력을 가미한 포 피치 투수가 된다.

류현진은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을 던질 생각이다. 비시즌에는 웨이트트레이닝과 어깨 보강 훈련에 집중했는데 따뜻한 애리조나로 넘어가면 여러 구종을 예리하게 가다듬는데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기 장착에 성공하면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 투구할 기반이 마련된다. 시즌 목표를 최소 150이닝 이상, 가능하다면 200이닝 돌파로 잡은 것도 신무기 장착을 통한 한 단계 도약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0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한 왼손 선발투수라면 FA 시장가치도 높아진다. 이른바 'FA 로이드'는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도 달성하게 해준다. 이 또한 류현진의 '장밋빛 시그널'이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