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와 한팀에서 뛰는 사상 첫 코리언 투타 빅리거

"반갑다 친구야!"

35세 동갑내기 친구 오승환과 추신수가 9년 만에 한솥밥을 먹는다. 한국인 투수와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에 소속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두 시즌을 보내고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오승환이 텍사스와 계약에 합의했다. 6일 글로브 라이프 파크가 있는 댈러스에 입성한 오승환은 7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뒤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텍사스와 계약을 체결하면 올해 275만 달러를 받는다. 내년 옵션은 구단이 갖고 있어 올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팀과 개인 모두 만족할만 한 성과를 내면 45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게 된다. 매년 옵션 100만 달러까지 포함해 최대 2년간 975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텍사스는 지난 2002년 '코리언 특급' 박찬호(은퇴)가 입단하며 한국 팬에게 친숙해졌고 2013년 겨울 추신수가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면서 LA 다저스에 이은 또 하나의 '국민구단'이 됐다. 겨우내 충실한 몸관리로 빅리그 생활 2기를 준비한 오승환이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같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짧은 한국생활을 마치고 텍사스로 돌아온 추신수는 이르면 7일 스프링캠프가 열릴 애리조나로 이동할 예정이다. 오승환은 메디컬 테스트와 비자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며칠 더 머물 가능성이 높아 11일 애리조나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은 "구단을 선택하는 과정에 (추)신수의 의견이 많은 도움을 줬다. 여러 팀에서 제안이 왔지만 신수와 얘기를 하면서 여러면에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게 당연한데 텍사스는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추신수와 오승환은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한 솥밥을 먹은 뒤 9년 만에 같은 팀에서 뛴다. 서울 출신인 오승환과 부산 출신인 추신수의 접점은 많지 않지만 워낙 야구를 잘했던 82년생이라 서로의 명성을 아마추어 시절부터 익히 들었던 터다. 오승환이 팔꿈치 통증 탓에 잠깐 야수로 '외도'했던 2000년 대통령기 결승전에서 투수 추신수와 맞대결을 펼쳤다. 고교 졸업 후 오승환은 단국대로 진학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추신수는 시애틀과 계약해 태평양을 건넜다. 추신수가 풀타임 빅리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무렵 오승환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최고의 자리에서 다시만난 게 2009년 WBC였고 그로부터 7년 후인 2016년 6월 세인트루이스에서 투타 맞대결로 재회했다. 이 때에는 오승환이 투수, 추신수가 타자로 고교시절 때와 반대 위치에 섰다.

새 팀에서 새출발하는 오승환에게 추신수의 존재는 친구 이상이다. 빅리그 베테랑인데다 텍사스에서도 5년차에 접어드는 더그아웃 리더라 경기 외적인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댈러스에 입성한 오승환은 어느 때보다 밝은 목소리였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즐겁게, 재미있게 야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오승환이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친구와 동행을 선택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