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2번 수상 린스컴 계약…씁쓸한 뒷맛 남겨

'끝판왕' 오승환(36·토론토)이 텍사스전에 더 집중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팔꿈치 염증을 핑계삼아 이리저리 계약조건을 바꾸려던 텍사스의 속내가 27일 드러났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두 차례 사이영상을 받은 팀 린스컴이 텍사스와 1년 계약을 맺고 빅리그 복귀에 도전한다"고 일제히 전했다. AP통신도 "린스컴이 2016년 LA 에인절스에서 마지막 등판을 한 뒤 2년 만에 복귀한다. 텍사스는 린스컴이 불펜투수로 활약하기를 바라고 있고, 가능하다면 마무리 역할을 맡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린스컴은 이달 초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쇼케이스를 펼쳤다. 텍사스를 포함해 LA 다저스 등 몇몇 팀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고, 린스컴도 텍사스와 다저스를 복귀팀으로 저울질하다 최종 결론을 내렸다.

린스컴이 쇼케이스를 시작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텍사스가 오승환과 접촉한 직후였다. 구두로 협의를 마쳤고 지난 7일 댈러스에서 메디컬테스트를 치를 때까지만 해도 배번을 확정하는 등 영입이 기정사실화 돼 있던 때였다.

오승환도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캠프를 차린 텍사스에 합류하기 위해 메디컬테스트를 받은 뒤 곧바로 개인훈련하던 애리조나로 돌아올 정도였다.

하지만 쇼케이스에 나선 린스컴이 나쁘지 않은 구위를 보이면서 구단 정책에 변화가 생겼다. 빅리그에서 검증된 린스컴이 정상 구위를 회복한다면, 선발은 아니더라도 불펜, 특히 마무리로 만점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였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오승환과 린스컴은 비교 불가다.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뒤 부상과 부진으로 잊혀진 '에이스'가 화려하게 재기했다는 얘기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린스컴의 마음이 어느 팀으로 더 기울었는지 알 수 없던 시기라 텍사스는 오승환을 일종의 보험 형태로 잡고 있으려 했다. 선수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도 한 신체검사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 4년 동안 투구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팔꿈치 인대 염증을 빌미로 두 세차례 수정된 조건을 제시하면서 오승환이 발빠르게 움직일 수 없도록 하면서 린스컴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던 셈이다. 텍사스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오승환과 계약이 틀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린스컴과 계약이 씁쓸한 뒷맛을 남길 수밖에 없다.

텍사스 제프 베니스터 감독은 "오승환에 대해서는 다른 팀(세인트루이스) 선수였고, 우리 팀에 입단하지도, 구단에서 어떤 공식멘트도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글렌데일 |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