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황희찬 연속골 불구 유럽 원정 2연패로 마쳐

아쉬운 패배가 재연됐다.

'신태용호'가 폴란드전에서 후반 막판 연속골로 무승부를 거두는가 싶었으나 결국 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7일 폴란드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양국 A매치에서 전반 두 골을 내주며 고전한 끝에 2-3으로 패했다. 지난 25일 북아일랜드와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한 한국은 3월 유럽 원정을 2연패로 마쳤다.

◇3-4-3 포메이션, 또 한 번의 '실험'

신 감독은 지난 해 7월 부임 뒤 수 차례 활용했던 스리백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폴란드와 경기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손흥민을 꼭짓점으로 둔 가운데 이재성과 권창훈이 좌우 날개로 출격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기성용과 정우영이 포진했고, 박주호와 이용이 각각 레프트백과 라이트백으로 나섰다. 스리백으론 김민재와 장현수, 홍정호가 포진했다. 골키퍼 장갑은 북아일랜드전에 이어 김승규가 꼈다. 북아일랜드전 선발 11명과 비교하면 정우영과 홍정호가 새롭게 선발 라인업에 합류했다. 폴란드는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해 잉글랜드 헐 시티에서 뛰는 윙어 카밀 밀로시츠키, 기성용과 스완지 시티에서 한솥밥을 먹는 골키퍼 로베르트 슈체스니 등 정예 라인업으로 한국과 맞섰다.

◇수비라인 속수무책…레반도프스키의 선제골

스리백을 들고 나온 한국은 상대에 볼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적진을 무너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폴란드는 스리백 약점인 측면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전반 32분 소득을 얻었다. 그로시츠키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 때 레반도프스키가 절묘하게 머리로 돌려 넣어 선제골로 완성한 것이다. 한국은 홍정호와 김민재, 장현수 등 스리백 3명이 모두 달라붙었으나 레반도프스키의 위치 선정과 타점 높은 헤딩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10분 전 그로시츠키→레반도프스키로 이어지는 똑같은 공격 루트 때 김승규의 선방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 수비진은 두 번째 공략 때 무너졌다.

◇김민재 아웃으로 스리백 포기…그러나 추가실점

한국 약점을 파고드는 폴란드의 공격을 알아차린 신 감독은 전반 37분 만에 스리백을 버렸다. 김민재를 불러들인 대신 공격수 황희찬을 넣어 손흥민과 투톱을 이루게 하는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후 황희찬이 볼 트래핑 미스로 날려버렸으나 공격의 활력이 살아났다. 그러나 전반 막판 상대의 역습에 또 한 골을 내주며 승리를 따내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폴란드 선수들은 한국 수비라인의 실수를 가로챈 뒤 전방에 배달했고, 첫 골을 도왔던 그로시츠키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침착하게 차 넣었다. 그의 화려한 세리머니에 실레시안 경기장이 5만여명이 꽉찬 실레시안 경기장이 들썩였다.

◇이창민-황희찬 연속골, 자존심 지키는 듯 했지만…

후반전 킥오프 전 두 팀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한국은 홍정호와 이용 등 수비수 두 명을 각각 윤영선과 최철순으로 바꿨다. 장현수를 빼고는 포백라인을 전반 45분 만에 다 바꾼 셈이었다. 폴란드는 레반도프스키와 슈체스티 등 공·수의 두 핵심을 불러들이며 새로운 실험을 단행했다. 한국은 확실히 후반 들어 화력이 살아났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재성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고 슛도 날렸다. 무실점 승리를 거두겠다는 폴란드의 저항도 완강했다. 신 감독은 이후에도 이재성과 기성용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과 벼락 슛이 일품인 이창민 등을 그라운드 안에 집어넣어 득점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이창민이 기대에 보답했다. 후반 40분 손흥민의 짧은 패스를 받은 이창민이 묵직한 오른발 강슛을 날려 홈팀 골망을 출렁였다. 이어 2분 뒤엔 황희찬이 귀중한 동점포까지 뽑아냈다. 손흥민이 아크 앞에서 달려들던 박주호에 침투패스했고, 박주호의 크로스에 이은 황희찬의 골로 의미 있는 무승부를 챙겼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뛰는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에 통한의 결승포를 얻어맞고 패했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