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해 벽두부터 호주오픈 4강신화로 온 국민에게 감동을 줬던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5위엸사진)이 새해에는 정반대의 횡보로 불안감을 주고 있다.
정현이 또다시 하위권 선수에게 패하며 새해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 그것도 2경기 연속 1세트 게임스코어 5-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탈락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8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ASB 클래식(총상금 52만7880달러) 대회 이틀째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홈 코트의 루빈 스테이덤(뉴질랜드·360위)에게 0-2(5-7 3-6)로 패했다. 출발은 좋았다. 1세트 게임스코어 5-1로 앞서며 기선을 잡는 듯했지만 이내 연달아 6게임을 빼앗기며 5-7로 역전을 당했다. 충격을 받은 정현은 2세트를 3-6으로 무력하게 내줬다.
물론 경기를 하다보면 질 수도 있지만 내용이 좋지 못했다. 상대는 360위에 불과한 무명 선수였지만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정상급 선수답지 않은 졸전을 펼쳤다. 게다가 정현은 지난주 인도 푸네에서 열린 ATP 투어 타타오픈 2회전에서 에르네스츠 걸비스(라트비아·83위)에게도 1세트 게임스코어 5-1로 앞서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고 0-2(6-7<2-6> 2-6)로 패했는데 불과 일주일만에 최악의 플레이를 반복했다.
정현의 슬럼프에 대해 테니스 전문가들은 약한 서브를 원인으로 꼽는다. 상대는 시속 200㎞ 이상을 넘나드는 서브를 구사하는데 거기에 한참 못미치는 서브로 맞서다보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테니스계의 한 관계자는 "총체적 난국이다. 서브가 약한 것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량이 지난해에 못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동계훈련을 열심히 했고 부상도 없는데 그렇다. 결정적으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새해 벽두부터 잇딴 패배로 자신감을 잃은 정현이다. 오는 14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무거워졌다.

유인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