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아시아 8강까지 끌어올리고 한국으로 돌아간 박항서 감독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행운이 따랐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걱정 많이 했던 대회였는데 잘 마쳤다"며 자신에게 나름대로 좋은 점수를 줬다.
박 감독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2019년 UAE 아시안컵 일정을 마친 소감과 향후 계획을 미디어들에게 설명했다.
베트남은 아시안컵 16강에서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눌러 8강에 올랐다. 베트남이 이 대회 8강까지 가기는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엔 홈에서 열려 이점이 있었지만 이번엔 중동에서 선수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달성한 성적이라 더욱 빛났다.
한국시간으로 새벽이었지만 몰려든 국내 취재진과 악수를 나눈 그는 밝게 웃으며 "베트남에선 설날 때 9일은 쉰다. 나도 설날 기간은 휴가에 포함되지 않아 고향의 어머님 등 가족들과 모처럼 쉴 생각"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오는 3월 U-23 아시아선수권 예선 및 한국과 AFF-EAFF 챔피언스 트로피(A매치)를 치른다. 박 감독은 국가대표팀과 U-23 대표팀 중 하나를 맡아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면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귀국한 소감은.

▲스즈키컵하고 아시안컵까지 3개월 넘게 하느라 힘들었다. 지쳐 있었다. 이번엔 한국에서 가족들과 쉬었다가 갈 생각이다.

-아시안컵 성적이 좋아 홀가분한 게 있나.

▲2018년 스즈키컵 잘 마치고, 2019년 새해 들어 걱정 많이 했는데 아시안컵도 생각했던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8강까지 갔다. 베트남 내에서 반응이 좋다. 올해도 시작은 좋다. 3월에 U-23 아시아선수권 예선이 있어 좀 쉬고 준비해야할 것 같다.

-베트남에 간 뒤 4개 대회 성적이 다 좋은데.

▲우승한 것은 스즈키컵밖에 없다. 나머지는 준우승, 4강 그렇다. 지난해는 중국 U-23 아시아선수권은 얼떨결에 했다. 베트남 내에선 스즈키컵에 관심이 많았고, 나도 신경 썼던 경기다. 다행히 우승했다. 끝나자마자 바로 아시안컵을 했다. 준비 기간도 짧고, 처음엔 베트남 내에서도 썩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막상 2패 당하니까 베트남에서 비판 여론이 많다가 이기니까 조용해졌다. 언론은 다 그런 것 같다(웃음).

-도쿄 올림픽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전에 내 계약이 끝나니까요(웃음). 일단 오는 3월 예선을 통과한 뒤 내년 1월 대회(U-23 아시아선수권 본선 및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4강 안에 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카타르 월드컵 예선이 있고, 동남아시안게임(SEA 게임)이 있다. 스즈키컵처럼 관심이 많은 대회다. 올해도 두 대표팀을 같이 하면 과부하가 걸릴 것 같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있다면.

▲행운이 많이 따랐다. 스즈키컵 끝나고 아시안컵에 갔을 땐 선수들도 스즈키컵에 공을 많이 들였고, 올인하다보니 동기부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도 스즈키컵 때보다는 떨어진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다가 이라크전 역전패 당하고, 이란전 지고 분위기 가라앉았다가 예멘을 이긴 뒤 극적으로 16강에 가다보니까 약간 분위기가 살아났다. 아시안컵은 사실 운도 많이 따랐다. 준비 기간도 부족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했다. 내 메시지에 선수들 반응도 느렸는데 목표 달성을 해서 다행이다.

-당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

▲2월 중순 하노이 도착하면 그 다음 날 바로 캄보디아에 간다. 동남아시아 U-22 대회가 있다. 내가 그 팀 감독은 아니다. 선수들 관찰을 위해 베트남 가자마자 캄보디아에 간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