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은 올 시즌을 열린 결말(Open Ending)로 남겨뒀다. 힘이 더 떨어지기 전에 KBO리그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자신이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한 것은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승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를 위해 30일 LA에 도착했다. 그는 바로 애리조나 투산으로 날아가 31일부터 KT와 열흘간 함께 훈련한다. 내달 12일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스프링캠프 전까지 실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말 귀국해 언론 인터뷰를 모두 고사한채 개인훈련에 집중한 오승환은 "불펜피칭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몸을 만들었다. 훈련 과정에 캐치볼을 해보니 예년에 비해 훨씬 몸상태가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훈련을 한 오승환은 "시즌 후 거취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에이전트에게 일임하고 야구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KBO리그로 복귀할지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 FA 권한을 행사할지는 시즌 후 성적과 몸상태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해 처음 FA 권리를 행사할 때에는 부담이 상당했다. 우여곡절도 겪어 더 정신없이 시즌을 치렀다. 이 경험 때문에 올해는 머릿속을 완전히 비웠다. 시즌이 끝난 뒤 시장 상황에 맞춰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도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뛴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하면서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첫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토론토와 콜로라도에서 73경기나 등판해 6승 3패 3세이브 방어율 2.63으로 활약했다. 빅리그 세 시즌 동안 211경기에 출장했고 207.1이닝을 소화했다. 불펜투수로는 경기 수 자체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많이 던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거나 경기 후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불펜 투수의 소임"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주위에서 불펜이 약해졌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렇다고 내 비중이 높아지거나 더 많은 경기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상황에 출전하는 빈도가 높아졌을 때 내 몫을 다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에 단 한 개만을 남겨뒀다. 불펜 핵심요원 중 하나인 아담 오타비노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오승환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전망도 나왔다. 오승환은 "기록은 꾸준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팀 내 젊은 선수들 중에 기회가 없어 기량을 펼치지 못한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다 함께 팀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다보면 좋은 결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목표보다는 부상없이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욕심을 내려놓은 듯 담담하지만 단호한 표정이 돌부처 다웠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