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장에 잘못 나와 미래에 대한 걱정 앞서

누구도 한파임을 부정할 수 없다. 매니 마차도가 샌디에고 파드리스와 역대 FA(자유계약선수) 최대 규모 계약을 맺었고 브라이아스 하퍼가 마차도의 계약 규모를 넘어선다는 전망이 유력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여전히 미계약 FA는 넘친다. 뚜렷하게 하향세인 선수가 계약을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크레이그 킴브렐, 댈러스 카이클, 마틴 말도나도, 애덤 존스 등 얼마든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이들도 시범경기가 한창인 지금까지 유니폼이 결정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FA 자격을 접고 소속팀과 연장계약을 체결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FA가 됐을 때 모험을 택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유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연장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구단은 뉴욕 양키스다. 양키스는 2주전 선발투수 루이스 세베리노와 4년 4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한 것에 이어 지난 25일 외야수 애런 힉스와 7년 7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당초 세베리노와 힉스는 각각 FA 자격을 얻기까지 3시즌과 2시즌이 남았으나 FA가 되기에 앞서 안정을 택했다. 이번 계약으로 인해 세베리노는 2020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을 받게 됐다. 힉스 또한 만 30세가 되는 이듬해부터 만 35세까지 6년 동안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확보했다. 양키스는 불펜 필승조 딜런 베탄시스와도 연장 계약 협상을 이어가며 향후 3~4년 동안 전력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시선을 양키스 밖으로 돌리면 필라델피아 에이스 애런 놀라는 4년 4500만 달러, 미네소타 외야수 맥스 케플러는 5년 3500만 달러, 미네소타 내야수 호르헤 폴랑코는 5년 2575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콜로라도 슈퍼스타 놀란 아레나도 또한 올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함에 앞서 소속팀과 8년 2억6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3~4년 전만 해도 연장계약은 아레나도처럼 FA 게약 규모와 흡사한 초대형 계약이 주를 이뤘다. 빈도수는 낮았지만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마이애미의 13년 3억2500만 달러, 조이 보토와 신시내티의 10년 2억2500만 달러 연장계약처럼 프랜차이즈 스타가 타팀과 FA 계약을 맺고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체결된 연장계약 중 다수는 FA는 커녕 연봉협상 자격도 제쳐둔 채 이뤄지고 있다. 보통 풀타임 4년차부터 연봉협상 자격을 얻고 연봉이 급격히 올라간다.

세베리노의 경우 2019시즌 후 첫 번째 연봉협상 자격을 얻는데 꾸준히 연평균 10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것을 선택했다. 2년 연속 19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지난해에는 19승을 거둔 20대 중반 파이어볼러가 안정을 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장계약 추세가 점점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 나온 선배들이 찬바람을 맞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FA를 앞둔 후배들이 FA 계약이 아닌 소속팀과 인연을 이어가는 것을 추구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FA를 앞둔 선수들이 FA 자격을 행사하지 않고 연장계약을 맺는 것은 시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꾸준한 활약을 자신하지만 FA 시장이 움추려들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디 애슬래틱 켄 로젠탈 기자는 "에이전트들은 고객이 FA가 됐을 때 대형계약을 따낼 수 있는 에이전트로 갈아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때문에 FA가 되기 전 연장계약을 맺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연장계약 열풍의 원인을 해석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