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드디어 마약을 투약했다는 과오를 시인했다. 혐의 인정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굳이' 결백을 주장한 후, 19일이 더 지나서야 이뤄졌다.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던 박유천에게 이제 나락만 존재할 뿐이다.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 수사대 등에 따르면 박유천은 이날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투약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나 사진을 내려놓기 두려웠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천에게 마약 의혹이 일게 된 건 이달 초 남양그룹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였다. 황하나는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 A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밝혔으며, A 씨는 곧 박유천으로 지목됐다. 박유천은 10일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자회견까지 열고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저는 다시 연기를 하고 활동을 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채찍질을 하면서 고통을 견디고 있다. 제가 혐의가 입증된다면, 연예인을 은퇴하는 문제가 아닌 제 인생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절박함을 안고 왔다"고 전하기도. 눈물까지 머금은 박유천의 메시지는 대중이 혹할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유천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데다, 체모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여론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후 박유천의 경찰 출석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처음 경찰에 자진 출석했을 때나 기자회견에서 보인 당당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취재진을 피해 다니기도 했다.

결국 26일 박유천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구속 후 진행된 조사에서 이실직고를 선택했다. "(필로폰이) 왜 몸에서 발견됐는지 잘 모르겠다"라고까지 표현했던, 의미 없는 줄다리기가 끝이 났다.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점에서 더욱 지탄을 받고 있는 박유천. 연예인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의 삶에 뼈아픈 흠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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